주택 부진에도 건설株 '훨훨'…원전·AIDC 업고 '역대 최대 수주' 기대

입력 2026-09-03 10: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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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건설, 최근 1주일 2.26%↑…코스피·코스닥 하락 속 상대적 강세
기관 2871억원 순매수…현대건설·한전기술 등 원전株에 매수세 집중
AIDC·원전·공공주택·SOC까지 수주 모멘텀…실제 사업 구체화 여부 관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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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주가 최근 증시 조정에도 나홀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와 원자력발전소 등 대규모 비주택 프로젝트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데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까지 맞물리면서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주택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난 건설사들이 향후 대규모 수주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건설' 지수는 최근 1주일(8월 25일~9월 3일) 동안 2.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2.00%, 1.15%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지는 성과다. KRX 건설은 거래소가 산출하는 주요 산업지수 가운데서도 은행(5.69%), 보험(4.08%), 경기소비재(2.78%)에 이어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구성 종목 가운데서는 원전과 플랜트 관련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성광벤드가 이 기간 22.93% 급등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한전기술도 17.17% 뛰었다. 현대건설은 6.63% 올랐고 ▲IPARK현대산업개발(4.11%) ▲아세아시멘트(3.98%) ▲HDC(3.53%) ▲한양이엔지(3.47%) ▲대우건설(3.30%) ▲DL이앤씨(2.04%) 등도 상승했다. 전체 21개 구성 종목 가운데 12개가 오르고 1개는 보합, 8개는 하락했다.

기관투자자들도 건설주에 베팅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은 KRX 건설 구성 종목을 총 287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도 38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355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기관은 현대건설을 147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았다. 이어 ▲한전기술(310억원) ▲GS건설(292억원) ▲대우건설(256억원) ▲성광벤드(176억원) ▲삼성E&A(175억원) ▲DL이앤씨(148억원) 등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최근 건설업종을 둘러싼 원전·AIDC 등의 성장 기대를 기관이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주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대표적인 재료는 원전이다. 특히 9월부터 연말까지 대미 투자와 국내 전력 정책, 해외 원전 프로젝트 등 굵직한 일정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메리츠증권은 9월 중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10월에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연말에는 최종안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12월 이후에는 베트남 닌투언2 원전 프로젝트의 정부 간 협정(IGA) 체결 가능성도 있다. 기업별로도 현대건설의 홀텍(Holtec) 관련 수주와 대우건설의 체코 원전 시공 계약 등이 4분기 주요 이벤트로 거론된다.

다만 미국 원전 시장은 성장 기대가 큰 만큼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원전 사업은 일반적인 기업 간 거래보다 정부 간 협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APR1400 지식재산권 재협상과 사업 리스크 분담 등의 쟁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원전을 '가장 강력하고 가장 불확실한 모멘텀'으로 평가하며 정부 간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전과 함께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AIDC도 주가 상승 기대를 높이고 있다. AI 산업 성장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하반기 건설업종에서 가장 유효한 상승 재료로 데이터센터를 꼽았다. 특히 GS그룹의 강원 동해 AIDC 관련 인허가와 자금조달 등의 뉴스가 향후 주가 재료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GS건설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DL이앤씨도 하반기 데이터센터에서 2조원 규모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차선호주로 꼽았다.

정부 정책도 건설사들의 수주 확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도 SOC 예산은 28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GTX A~C와 월곶판교선, 남부내륙철도, 호남고속철도, 가덕도·새만금 신공항 등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1조5000억원,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에 약 4조원, 전력망 구축에 1조5000억원 등이 예정돼 있어 비주택 부문의 일감 확대 가능성도 커졌다. 하나증권은 내년 건설업의 주요 키워드를 '공공주택과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했다.

주택 부문에서도 공공 발주 확대가 민간 주택시장 부진을 일부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LH는 올해 5만가구에 이어 내년 7만6000가구, 2028~2030년에는 매년 10만가구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발주 규모는 올해 14조9000억원에서 내년 25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28년부터 연간 30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예정된 발주만 약 10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8·13 부동산 공급대책도 건설사들의 일감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공공택지 착공을 앞당기고 신규 택지를 추가하는 등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택 가격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더라도 민간 건설사의 사업 참여가 늘고 전체 공급 물량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총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규 수주뿐 아니라 기존 수주잔고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통상 주택 사업은 수주잔고를 확보했더라도 착공 전까지 매출로 인식되지 않지만 착공 이후에는 수년에 걸쳐 공사 매출이 발생한다. 이에 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경우 건설사들의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향후 건설주의 추가 상승 여부는 기대감이 실제 수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AIDC는 비교적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원전과 해외 EPC는 정부 간 협상과 발주 일정 등에 따라 사업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근 주가가 먼저 오른 만큼 향후에는 개별 건설사의 수주 성과와 실적 반영 여부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부터 연말까지는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 있어 몇 가지가 지연되더라도 나머지에서 충분한 상승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며 "이벤트들 중 우선순위는 대미 투자, 기자재 발주, 12차 전기본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