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이 발표 직전 뒤집히거나 발표 후 한 달도 안 돼 주요 내용이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정부 내부 조율 없이 정책 방향을 내놓고는 논란과 반발이 커지자 부랴부랴 되돌린 결과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는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을 편성하면서 소득 하위 30% 노인에게 월 3만원 추가 지급안을 내놨다. 정부가 자랑스레 떠들었던 '하후상박(下厚上薄)'은 사라졌다. 소득 하위 70% 지급 대상은 그대로이고,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한 수급 대상 조정도 없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하려던 관련 브리핑도 한 시간쯤 전 갑자기 취소했다. 미결정 사항이 있어서라고 했다는데, 그럼 확정도 안 된 정책을 장관이 발표하려고 했다는 말인가.
지난달 3일 세제 개편안에선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올린다고 했다. 그런데 29일 만에 원점으로 되돌렸다. ISA 계좌도 연간 납입 한도 미사용분의 이월(移越)을 제한하고 계약기간 상한을 두려던 방안을 수정해 기존처럼 운용하기로 했다. 종부세도 전체 개편안 철회는 아니지만, 논란이 불거졌던 주요 항목들이 한꺼번에 도돌이표가 된 것은 분명하다. 충분한 검토와 부처 조율을 거쳐 최종안을 내놨다는 해명은 앞서 정책안 발표 때엔 그러지 않았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연금, 부동산, 세금, 자산 형성처럼 국민 노후와 재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발표 자체만으로도 시장과 개인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양치기 소년'처럼 발표와 번복이 되풀이되면 국민은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기업과 가계는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만 떠안게 된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장관을 바꾼다고 국정 동력이 회복되진 않는다. 정책 기조(基調)를 재점검하고, 개혁에 대해선 극도의 신중을 기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미흡한 정책안을 내놓고 국민 반응이 거세지면 물러서는 국정 운영이 반복되면 지지율 하락세가 가속화하는 길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