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에서 글 쓰고 멸치 먹어요"… 안동강남초 스타, 멸치 굽는 황석수 교장 선생님

입력 2026-09-07 13: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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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수 교장, 매일 아침 국내산 멸치 직접 구워 아이들 건강간식으로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필사…교장실이 놀이공간이자 배움의 사랑방

황석수 안동강남초등학교 교장이 아이들이 필사를 하고 먹을 수 있는 포상 선물로 국내산 멸치를 직접 구워 만든 간식을 소분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황석수 안동강남초등학교 교장이 아이들이 필사를 하고 먹을 수 있는 포상 선물로 국내산 멸치를 직접 구워 만든 간식을 소분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교장 선생님, 오늘은 뭘 쓰면 돼요?"

쉬는 시간이 되자 경북 안동강남초등학교 교장실 문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와 소파에 자리를 잡는다. 책상 앞에 각 잡고 앉는 대신 편안하게 몸을 기대고 종이와 연필을 꺼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은 익숙하게 좋은 글귀를 한 자 한 자 옮겨 적기 시작한다.

교장실 한쪽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난다. 황석수 안동강남초 교장이 아이들에게 줄 국내산 멸치를 직접 선별하고 굽고 포장까지 하고 있다. 성장기 초등학생들이 부담 없이 먹으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간식을 고민한 끝에 시작한 일이다.

덕분에 황 교장에게는 '멸치 굽는 교장 선생님'이라는 특별한 애칭도 생겼다.

황 교장이 구운 멸치는 교장실에서 필사를 마친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포상이다. 필사를 끝낸 학생이 글을 보여주면 황 교장은 내용을 함께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눈 뒤 직접 구운 멸치를 건넨다. 아이들에게는 글 한 편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에 고소한 간식까지 따라온다.

황석수 안동강남초 교장이 아이들이 교장실에 앉아서 완성한 필사본을 검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황석수 안동강남초 교장이 아이들이 교장실에 앉아서 완성한 필사본을 검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교장실 앞 복도는 아이들의 또 다른 작품 공간이다. 벽면과 게시대에는 학생들이 직접 필사한 글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좋은 문장과 마음에 담고 싶은 글귀를 손으로 옮겨 적은 결과물이다. 황 교장은 아이들이 쓴 글을 직접 살피고 게시하면서 작은 노력 하나하나를 칭찬한다.

필사의 효과는 글씨를 따라 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좋은 말을 반복해 쓰면서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저학년 학생들은 글자를 쓰고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매일 조금씩 손으로 글을 쓰면서 집중하는 습관도 함께 길러진다.

무엇보다 안동강남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교장실의 변화다. 보통 학생들에게 교장실은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이지만 이 학교에서는 다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소파에 앉는다. 글을 쓰다가 황 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필사를 마치면 멸치를 받아먹고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나간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교장실은 단순히 교장이 업무를 보는 사무공간이 아니다. 쉬는 시간에 찾아와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면서 글을 읽고 쓰는 수업공간, 고민이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학교의 '사랑방'이 됐다. 교장과 학생 사이에 있던 거리도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황 교장이 멸치와 필사를 연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값비싼 선물 대신 건강한 먹거리 하나와 좋은 문장 한 줄을 매개로 아이들이 교장실을 편안하게 찾고 글 쓰는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교장실 소파에 앉아 글을 쓰는 아이들, 그 옆에서 멸치를 굽고 아이들이 써 내려간 글을 살피는 교장. 안동강남초에서는 이처럼 평범한 일상이 하나의 교육이 되고 있다.

황석수 안동강남초 교장은 "아이들이 교장실을 어려워하지 않고 언제든 찾아와 편안하게 글을 쓰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멸치 한 줌과 필사 한 장이 작은 일이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좋은 글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를 즐겁고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동강남초등학교 황석수 교장이 교장실 앞에 마련된 게시대에 전교생이 필사한 종이를 직접 정리해 붙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안동강남초등학교 황석수 교장이 교장실 앞에 마련된 게시대에 전교생이 필사한 종이를 직접 정리해 붙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