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은 총지출 820조9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출 증가율 역시 12.8%로 과거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초팽창(超膨脹) 예산'이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6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3대 메가 프로젝트 등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구조적 격차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처럼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는 물가와 금리를 강하게 자극해 민생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확장 재정과 통화정책 간의 거센 충돌이다. 한국은행은 5개월 연속 목표치를 웃도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상해 3.0%까지 올리는 등 긴축적(緊縮的) 태세를 강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시중에 풀며 총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통화 당국의 물가 안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팽창된 재정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 물가를 끌어올린다면, 결국 한은은 고금리 기조를 길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이자 부담이 3조2천억원 늘어나는 현실에서, 재정 팽창이 불러온 고물가·고금리의 이중고는 오히려 서민과 소상공인의 삶을 더욱 압박하는 역설을 낳는다.
더욱 중대한 문제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꺾여 세수가 급감하면 커진 씀씀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기초연금과 기본수당 등 한번 신설되면 줄이기가 불가능한 의무지출 비중이 2030년 53.5%까지 치솟고 40조원이 넘는 국채 이자 부담도 매년 늘어나는 구조다. 대규모 돈 풀기가 초래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압력, 그리고 눈덩이처럼 늘어날 국가채무(國家債務)는 결국 미래 세대와 국민의 경제적 고통으로 돌아온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금리와 물가 자극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재정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