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공무원은 내가 안고 간다"는 시장의 위험한 책임론

입력 2026-08-31 16: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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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대 기자
마경대 기자

황병직 경북 영주시장이 풍기인삼축제 홍보영상 확산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경위를 설명하고 "열심히 일한 공무원은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내용이다.

책임지는 단체장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논란의 핵심에 대한 설명보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불쾌감과 비판이 앞선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영상에서 시장이 춤을 춘 행위 자체가 불법이냐는 것이 아니다. 축제 홍보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시민 세금으로 제작된 홍보물인지? 공무원 조직이 현직 단체장의 이름과 얼굴, 개인 이미지를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했는지? 여부다.

선관위는 공무원이 소속 기관이나 개인 SNS에 자치단체장의 이름과 사진, 자치단체 사업 실적 등을 홍보하는 행위는 분기별 한 차례로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반복하면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이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게시한 글이라도 자치단체장의 이름과 사진, 활동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친구 맺기, '좋아요', 공유 등의 방식으로 확산할 경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결국 황 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공무원들에게 개인 SNS 홍보를 독려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축제 홍보 차원으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영상이 어떤 예산과 절차로 제작됐는지, 시장의 주문이 어느 범위까지 전달됐는지, 공무원들의 공유가 자발적이었는지, 같은 홍보가 얼마나 반복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황 시장은 앞선 취재에서 "영상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간부 공무원들이 앞장서 개인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독려했다"고 인정했다.

영상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과 SNS 홍보를 독려했다는 말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논란이 제기된 이상 어떤 홍보물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공유하도록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말만으로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언론 보도를 축제 성공과 영주 변화를 가로막는 행위처럼 규정한 대목이다. 행정을 감시하고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묻는 보도와 축제를 방해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어떤 대목이 틀렸는지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정정이나 반론을 요구하면 된다. 비판적 보도를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시도로 몰아세운다면 누가 시정 홍보와 시장 개인 홍보의 경계를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은 내가 안고 가겠다"는 말도 적절한 해법은 아니다. 선거법상 책임은 정치적 선언으로 대신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시장의 발언을 사실상의 업무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그 책임은 지시한 사람과 실행한 사람의 행위에 따라 각각 판단될 문제다.

황 시장이 선관위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출석 자체가 결백의 증명은 아니다. 영상 제작 과정과 확대간부회의 발언, 내부 전달 경위, SNS 공유 횟수와 범위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먼저다.

공직자를 향한 검증은 축제 성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다. 행정 홍보와 정치적 홍보의 경계를 지켜 시민의 신뢰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지금 황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실과 책임 있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