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사고 다수' 조기경보 全無…스위스 '반면교사' 절실

입력 2026-08-30 17:22:49 수정 2026-08-30 17: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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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빙하 낙하→빙하호 붕괴 반복 경고
수량 조기경보 무색, 당일 무방비로 당해
스위스 지방정부, 조기 경보로 피해 최소화
수력발전 100여명 구조 작업…2차 홍수 우려

29일(현지시간) 중국 티베트 자치구 시가체시 지룽현의 재난 현장에서 티베트 무장경찰 소속 대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강변 수색 및 토사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중국 티베트 자치구 시가체시 지룽현의 재난 현장에서 티베트 무장경찰 소속 대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강변 수색 및 토사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히말라야 산악지대인 네팔·티베트(중국) 접경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예고된 재난이었다. 같은 유역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돼 온 만큼 사전 감시와 경보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스위스에서 조기 탐지·감시·대피로 인명 피해를 예방한 사례가 있어, 이를 히말라야에 시급히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몰리·푸레푸 빙하의 경고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이번 홍수는 랑탕 리룽 사면에서 무너진 얼음과 암석이 렌데강을 막아 생긴 임시 호수(언색호·堰塞湖, Barrier Lake)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애초 빙하호 붕괴(GLOF)로 알려졌으나, 산사태가 강을 가로막았다가 무너진 연쇄 재난이라는 것이다.

2015년 네팔 대지진(규모 7.8) 때도 랑탕 리룽의 현수빙하가 무너져 얼음과 암석을 동반한 대형 눈사태가 발생했다. 현수빙하는 낭떠러지나 험한 산비탈 위에 형성된 빙하다. 이때 랑탕 마을이 통째로 매몰돼 200여 명이 숨졌다.

2021년에는 인도 우타라칸드주 라운티봉 5천600m 지점의 현수빙하와 암반 2천700만㎥가 계곡으로 쏟아졌다. 녹은 물과 바위·토사가 하류 수력발전시설을 덮친 이 사고로 2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차몰리 참사'다.

기후변화로 늘어난 빙하호는 이런 연쇄 재난의 뇌관이다. 연중 비가 가장 많은 몬순 시기에 물을 가득 머금은 빙하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다.

지난해 7월에는 티베트 푸레푸 빙하 위 해발 5천150m 지점에 형성된 빙하호가 터져 이번과 같은 보테코시강으로 쏟아졌다. 사망 9명, 실종 19명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이번에 무너진 국경검문소가 있는 라수와가디의 네팔·중국 우정의 다리와 내륙항, 인근 수력발전소가 큰 피해를 입었다.

ICIMOD는 지난 3월 "위험 요소 간 상호작용과 연쇄 효과, 위험에 노출된 지역의 취약성을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재난 위험 경감의 필수 조건"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어 ▷다중위험평가 ▷조기경보체계 ▷자연기반해법 우수 사례를 각국 기관과 국제기구에 공모하기도 했다.

30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갓을 강타한 치명적인 홍수와 산사태로 리쿠강 일대의 주택과 건물들이 파손된 채 진흙더미에 잠겨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갓을 강타한 치명적인 홍수와 산사태로 리쿠강 일대의 주택과 건물들이 파손된 채 진흙더미에 잠겨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기 발견·감시·대피로 인명피해↓

사전 대비가 인명 피해를 줄인다는 점은 지난해 스위스 블라텐 사례가 보여준다. 비르히 빙하가 붕괴해 얼음과 암석이 마을을 덮치면서 마을의 90%가량이 매몰됐다. 주민 300여 명은 지방정부의 경고에 따라 미리 대피해 실종자는 1명에 그쳤다. 당국이 붕괴 9일 전부터 산과 빙하의 움직임을 포착해 GPS와 간섭계 레이더를 설치·감시한 결과였다.

현지 매체 온라인카바르에 따르면 네팔 수문기상국 관측소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40분 자료를 끝으로 신호가 끊겼다. 홍수예보과가 경보 문자를 보낸 시각은 35분 뒤인 9시 15분. 물이 36㎞ 하류 베트라바티 관측소를 삼킨 것은 그로부터 5분 뒤였다. 10분 간격으로 전송하는 센서로 이번처럼 빠른 홍수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해당 관측 장비를 설치한 이노베이티브 엔지니어링 서비스의 아누프 카날 대표는 국경에서 베트라바티까지 홍수의 물결이 평균 초속 15~20m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데브갓까지는 7시간 만에 닿았다. 평소라면 14시간이 걸리는 구간이다.

카날 대표는 "극심한 홍수를 견디고 위험 수준에 따라 즉각 경보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붕괴 위험이 있는 빙하호는 지속적인 위성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에서 기습적인 홍수 이후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와 트리슐리강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에서 기습적인 홍수 이후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와 트리슐리강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발전소 생존자 찾아라

사고 나흘째인 29일 네팔군과 현지 구조대는 100여 명이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어퍼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생존자 수색에 나섰다. 토사에 파묻힌 터널 상부를 드릴로 뚫어 진입로를 내고 파이프로 공기를 넣었으며, 카메라를 투입한 뒤 굴착 작업을 거쳐 구조대를 들여보낼 계획이다. 이 발전소에서는 앞서 350명이 구조됐다.

현장에는 히말라야 터널 구조에 밝은 인도 구조대 11명과 중국 터널 전문가 9명, 좁은 갱도 작업에 익숙한 광부 등이 속속 모이고 있다.

다만 국경 지점에 새로 생긴 언색호가 변수다. 중국 수리부는 이 호수에 150만~200만㎥의 물이 고인 것으로 추산했다. 네팔 재난관리청은 "수위가 계속 올라 언제든 터질 수 있다"며 구조대와 주민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30일(현지시간) 네팔 다딩 지역에서 트리슐리강 수위 상승으로 강변 주택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네팔 다딩 지역에서 트리슐리강 수위 상승으로 강변 주택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