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사상 첫 1500조 돌파…내년 예산 820조9천억원 역대 최대폭 증가

입력 2026-09-01 1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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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수 훈풍에 총지출 12.8%↑
"일시적 호황을 펀더멘털로 착각 경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열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8.28. 기획처 제공

반도체 호황에 취한 정부가 곳간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내년도 예산 총지출은 올해보다 역대 최대폭인 12.8% 늘어난 820조9천억원으로 편성됐고, 나랏빚은 사상 처음으로 1천5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 전 과정을 온전히 주관한 첫 예산안으로, 확장재정 기조는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법인세·소득세가 크게 걷히면서 내년도 국세수입은 584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49.8%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획예산처가 이날 함께 내놓은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이 같은 반도체발 세수 호조가 2030년까지 이어져 국세수입이 644조8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국가채무다.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06조원 늘어난 1천519조8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1천5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자체 중기전망에서도 국가채무는 2030년 1천734조1천억원까지 계속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낮아지지만, 반도체발 세수 급증으로 GDP가 예년보다 빨리 늘어난 통계적 효과에 가깝다. 정부 자체 전망에서도 이 비율은 내년 48.3%를 저점으로 2028년 48.9%, 2029년 48.8%, 2030년 49.0%로 다시 오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내년 GDP 대비 -0.1%로 줄었다가 2028년 -1.5%, 2029년 -2.5%, 2030년 -2.9%로 다시 벌어질 전망이어서 이번 개선이 반짝 효과였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중순 낸 '한국의 통화·재정정책 상호작용: 분기전망모형(QPM) 기반 분석'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중기 재정준칙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가채무비율이 영구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그 공백을 결국 적자국채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늘어난 세수 상당 부분을 미래대응기금(162조3천억원)으로 돌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 45조4천억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 사업비로, 12조5천억원은 국채 신규발행 물량 축소에, 나머지 104조4천억원은 총괄계정 여유자금으로 쓴다.

이를 두고 '쌈짓돈' 지적이 나온다. 기획처가 입법예고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액의 30% 이내에서는 국회 재심의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바꿀 수 있다. 통상적인 사업성 기금의 재량 범위(20%)보다 10%포인트(p) 넓다.

이에 대해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다른 기금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예산·결산 통제를 받는다"며 "사업성 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로 재량 범위가 이미 법에 차등화돼 있어 미래대응기금만 특혜를 받은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량지출 38조6천억원, 의무지출 69조원 등 총 107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지출구조조정도 병행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지난해(26조9천억원)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의무지출 구조조정은 실제 삭감이 아니라 법령상 자연 증가분과 개편 후 증가분의 차이만 계산한 것이어서, 체감 절감 효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의무지출 총액은 올해보다도 늘어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오는 3일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를 거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열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8.28. 기획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