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21년 약 4천500가구 규모의 종로구 창신동 9·10구역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적용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 노후·불량 건축물 비중이 74.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서였다. 2024년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곳을 신통기획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지로 고시했다. 두 구역 주민 75% 이상이 재개발에 찬성했다.
그런데 올해 6·3 지방선거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유찬종 종로구청장이 7월24일 열린 취임 후 첫 주민간담회에서 '재개발 신중론'을 언급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유 구청장은 "종로에 전체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투기는 없어야 한다"며 "재개발 동의율이 75%가 넘었다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밀어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창신동 주민 여러 명이 매일신문을 찾았다. 신속한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시 화재로 비극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전해왔다.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길 탓에 해마다 끊이지 않는 화재 사망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난해 10월 창신동에선 화재로 80대 남성이 사망했고 2024년 12월엔 80대 할머니와 7살 손자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매일신문은 창신동 9·10구역의 골목길을 전수조사했다. 실제 화재 사고 발생 시 대응 취약 지역인지 취재했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크기의 소방차가 과연 창신동 9·10구역의 몇 %나 진입 가능한지 직접 조사했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창신동 9·10구역 내 도로 가운데 43%에 달하는 부분이 화재 사고 발생 시 소방차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협소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신동 9·10구역의 도로 총 길이는 10.35㎞으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4.4㎞가 너비 2.4m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협소로는 1.9m 정도에 불과했다. 성인 2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너비다.
현재 출동하는 소방차가 가운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소방차인 '중형 펌프차' 너비는 2.4m다. 쉽게 말해 창신동 9·10구역에서 중형 펌프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57%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 지역에서 발생한 대부분 화재 사고는 소방차 진입이 굉장히 어려운 곳에 집중돼 있었다. 소방차가 인근 도로에 차를 댄 뒤 소방관이 긴 호수를 수십m 질질 끌고 가 불을 끄는 방식으로 화재 진압이 이뤄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창신동 9·10 구역은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이라고 했다.
창신동에 17년째 거주 중인 A 씨(47·여)는 "창신동에 불이 나면 소방관들이 등에 줄을 매고 골목길 안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소방차는 당연히 화재 현장에서 멀리 세울 수밖에 없다"며 "유 구청장이 지난 지선에서 화재에 취약한 창신동 지역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약속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당선 전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굉장히 당황스럽다. 이미 오 시장이 '재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유 구청장만 아니었으면 이미 인허가가 나서 재개발 진행이 꽤 많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종로구청은 재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매일신문은 종로구청과 유 구청장에게 "창신동 9·10구역 재개발을 보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다.
종로구청은 한발짝 물러섰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유 구청장이 7월 간담회 당시 전반전인 검토를 언급했으나 재개발한다는 기존 입장이 바뀐 게 아니다"라며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가 있는 만큼 TF 구성으로 종로구 정비사업 전반에 대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더 경청할 계획이다. 여러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인 방향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7월만 해도 "투기는 없어야 한다. 재개발 동의율이 75%가 넘었다고 재개발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던 유 구청장 역시 입장을 다소 바꿨다. 그는 "앞으로 주민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들어 재개발이 가능한 방향으로 원만하게 처리하는 방향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