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1만장·반도체특별회계로 'AI 3강' 총력
미래대응기금 신설해 초과세수 지출 통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윤곽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가량 2027년도 예산안 당정협의를 열고 인공지능(AI)·3대 메가프로젝트, 미래 성장엔진 확충, 청년 단계별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 국민안전·안보 강화 등 5개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구조적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시점에서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끌고 성장의 과실이 모든 세대와 지역, 계층으로 확산하도록 중점 지원하겠다며 "이번 예산안은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 전 과정을 온전히 주관한 예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도체 호황 세수, '미래대응기금'에 담는다
당정은 이번 예산안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관리 방안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박 장관은 "반도체 호황에 따라 늘어난 세수를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지 않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며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늘어난 해에 지출을 급격히 늘렸다가 이듬해 세수가 줄면 재정이 경직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대규모 세수 여건 속에서도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며 "55년 만의 의무지출 개혁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세수가 느는 국면에서도 지출 효율화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국세 수입 증가가 전망되는 만큼 늘어난 재정 여력을 대한민국의 내일을 바꾸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어디에, 먼저, 얼마나 투자할지 명확한 우선순위를 세워 청년과 지방주도성장, 미래 성장 전략 등 핵심 재정 수요에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4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언급하며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3·4·5 비전'을 예산 편성을 통한 전략적 투자로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특별회계 신설…CPU 1만장 공급, 달 착륙 R&D도 지원
AI와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위해서는 '반도체특별회계'가 신설된다. 민주당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은 정태호 의원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K-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반도체특별회계를 신설하고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AI 분야에서는 제조 현장의 노하우, 이른바 '제조 암묵지'를 활용한 AI 솔루션 개발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프런티어급 AI 모델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CPU 1만장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 의원은 "피지컬 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해 AI 솔루션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력과 용수 등 필수 인프라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반도체 생산시설 등에 필요한 전력·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가 예산안에 반영된다. 박 장관은 "전력·용수·산업단지 등 필수 인프라를 신속히 조성하겠다"며 "독자 AI 모델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해 국민 누구나 혜택을 누리는 'AI 기본사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 분야에서는 2030년 달 착륙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자율주행차 시범 지역 확대, 역대 최대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이 추진된다. 우주항공과 첨단 바이오, 핵융합,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이른바 '초격차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도 예산안에 담긴다.
정 의원은 "넥스트 10대 분야 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며 "2030년 달 착륙 관련 R&D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차 시범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엔 인턴학기제·자립펀드, 지방엔 앵커기업 이전 지원
청년 지원 대책은 성장 단계별로 짜였다. 대학생이 한 학기 동안 인턴으로 활동하면 학점을 인정받는 '대학생 인턴 학기제'가 새로 도입된다. 18세까지 연간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는 자산형성 상품 '우리아이자립펀드'도 신설된다.
저출생 대응책도 손질됐다. 정 의원은 "기존에 세액공제 위주로 이뤄지던 혼인·출산 지원 방식을 직접적인 보조금·지원금 형태로 전환하고, 기존 아동수당은 '아동기본수당'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주거 대책과 관련해서는 역세권 주변에 양질의 청년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안도 이번 당정협의에 보고됐다.
K자형 양극화 대응과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도 구체화했다. 정 의원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앵커기업의 설비투자를 정부가 상당 부분 지원하는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과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도 이 분야에 포함됐다.
국민안전 분야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 지원, 군 초급 간부 보수 인상 등이 담긴다.
한편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역대 최대인 800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기획처는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729조9천억원)보다 10% 이상으로 제시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9%)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처음 700조원대에 들어선 예산 규모가 1년 만에 800조원대로 올라서는 셈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증시 호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증가 등이 이 같은 세수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당정은 이날 협의한 내용을 토대로 2027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다음 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 원내대표는 "올해도 법정기한 내에 반드시 예산안을 처리해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예산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