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인선 합의 관례 공방 말고, 삼권분립·헌법에 따라야

입력 2026-08-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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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둘러싼 논란과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기존의 관행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며 또 한 번 불편한 심기(心氣)를 드러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24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 "대통령의 임명권이 일정 정도 침해됐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앞서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며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의 사퇴와 탄핵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한마디로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다. 대법원장이 이 관례(慣例)를 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절차 어디에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후보를 놓고 사전에 조율하고 합의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사전 협의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관례이지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절차가 아니다. 관례를 마치 헌법상 의무인 양 휘둘러선 안 된다. 관례가 헌법과 삼권분립의 기본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전 합의 관례 논란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대규모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에 따라 대법관 수는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간 순차(順次) 증원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증원분 12명에 더해 임기 중 퇴임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까지 무려 22명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대통령과의 사전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 대법관 대부분이 대통령 코드 인사로 채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5건의 형사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퇴임 후 재판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이 사전 개입해 임명한 대법관들로 대법원이 채워진다면 공정성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관례 논란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법관 증원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이 사전 합의 관례를 투명하게 손볼 수 있는 적기(適期)다. 2028년이면 이미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