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조두진] AI 시대, 무엇을 허(許)하고 무엇을 금(禁)할까

입력 2026-08-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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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서술형 답안 작성 또는 문학상 공모전 등에서 AI를 활용한 글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는 의견(意見)도 있고, '사람의 창의적인 글'과 'AI의 보편적인 글'을 아직은 구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글짓기나 디자인 작업에서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눈앞에서 감시하지 않는 한 응모자의 AI 사용을 막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AI 활용 금지는 도구 사용을 거부하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가깝다. 비유하자면 "바퀴 달린 구르마나 리어카를 이용해 짐을 옮기는 것은 당신의 힘이 아니므로 금지하겠소"라는 말과 같은 맥락(脈絡)이다.

AI를 활용한다고 해서 누구나 좋은 글을 쓰거나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도 없다. 누가 얼마나 더 창의적(創意的)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답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AI를 사용하지 마시오'가 아니라 'AI에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노력을 하시오'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인류 문명사에서 지식과 힘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한때는 돌을 다루는 능력이 최고(석기시대)였고, 그다음엔 청동, 철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최고였다. 암기력과 구술 능력이 절대적 힘이던 시대는 문자와 인쇄술 발달로 막을 내렸다. 검색 엔진과 AI로 지식의 기준이 또 한 번 바뀌고 있을 뿐이다.

지식과 힘의 기준이 변하는 과도기(過渡期)엔 언제나 대량 실업, 계층 변화, 가치관과 정체성 혼란 등 사회적 불안정과 대립이 발생했다. 불안·부조화·대립이 크다고 해서 '지식과 힘의 기준 이동'을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한다고 막을 수도 없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AI 시대에 발을 내디딘 최초 인류로서 우리가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사진보다 더 정밀한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빛의 변화와 주관(主觀) 및 해석(解釋)을 담은 그림'으로 새 미술사를 개척했다.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와 지식 및 기능 대결이 아니라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는 AI 활용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법과 제도로 규정해야 한다. 한 예로, AI는 사람이 법조문(法條文)을 찾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법조문과 판례(判例)를 찾아내고 판결을 내릴 수 있다. AI가 내놓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이 '완벽한 판결'을 어디까지 사건에 적용할 것인가를 우리는 규정해야 한다. 만약 법과 제도가 '도구의 크기(AI의 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인류는 AI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셋째는 욕망과 불만을 AI에 주입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다. 인류 문명 발달의 원천(源泉)은 욕망과 불만(결핍)이다. 배고픔·추위·더위·질병·고된 노동에 대한 불만(결핍)과 행복한 삶·장수(長壽)를 향한 욕망은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바둑 대결(알고리즘 대결)에서 AI는 사람을 가볍게 누른다. 하지만 AI는 욕망과 결핍이 없기에 스스로 바둑이라는 놀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결핍과 욕망을 AI에 주입하면 안 된다. 만약 AI가 결핍과 욕망을 장착하게 된다면 인류는 소멸(消滅)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AI 시대에 들어선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금지해야 할 것과 금지하지 않아야 할 것을 제대로 구별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