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 법보다 우선돼선 안돼"…'손봉기 제청 반려' 검토에 대구변호사회장 공개비판

입력 2026-08-24 16: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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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서면 제청인데 한 명만 반려하면 자가당착"
"손봉기, 품성·실력 검증된 법관…지역·비서울대 다양성 의미"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지역 법조계에서 정치권을 향해 "사법부를 겁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병희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24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대법관 제청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관행이나 예의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이라며 "서면 제청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청권 행사를 문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미루거나 제청을 반려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사전에 후보를 협의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대면으로 제청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기존 관례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적법하게 이뤄진 제청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손 후보자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서면 제청했다. 청와대와 대법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후보자 제청을 놓고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회장은 청와대가 김 후보자의 임명 절차는 진행하면서 손 후보자의 제청만 문제 삼는다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면 제청이라는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면 두 후보 모두 문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절차의 문제라기보다 특정 후보를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 대법원장 탄핵론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탄핵 사유가 될 만한 위법 행위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국회가 후보자의 임명동의 여부를 판단하면 될 사안을 대법원장 탄핵으로 연결하는 것은 사법부를 겁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은 특정 정파나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가치"라며 "정치권이 대법관 제청 문제를 정치적 유불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손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재판과 연구, 사법행정까지 두루 경험했고 법원 내부 신망도 높은 법관"이라며 "오랜 기간 대법관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인물 자체에 특별한 흠결이 제기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대법원이 수도권과 서울대 출신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판 경험을 쌓은 법관의 대법관 진입은 사법부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 발언이 대구변호사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역 법조계에서도 손 후보자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변호사회 차원의 공개적인 지지가 오히려 후보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조직 차원의 입장 표명에는 신중한 분위기이고 이번 발언은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손 후보자는 부산 출생으로 달성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6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법관 경력 대부분을 대구·울산 등 지역에서 보냈으며 2019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행 첫해 동료 법관들의 추천을 받아 대구지법원장을 맡았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대구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우수법관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