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실종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
경찰, '허위 수사'로 사건 종결…檢 수사팀 꾸려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104일 만에 발견된 가운데 경찰의 부실 수사와 허위 종결 논란이 재점화됐다. 실종 신고를 받은 담당 경찰은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다'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관리목록 자료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298건이나 허위로 실종 사건을 종결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부실 수사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후속 조치 역시 논란이다. 체포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긴급체포해 법원이 담당 경찰을 석방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결국 검찰이 전담수사팀 꾸리는 등 또다시 경찰의 부실한 내부 수사 통제가 도마에 올랐다.
◆'허위 수사' 경찰…검찰, 전담수사팀 꾸려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10시 46분쯤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 수색 중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시신은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돼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상태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신원 및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미뤄 봤을 때 범죄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장기 투숙 중인 숙소를 나선 뒤 근처 폐쇄회로(CC) TV에 찍힌 이후 행방이 끊겼다.
장씨와 함께 지내던 연인은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쯤 장씨가 실종됐다며 제주서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즉시 장씨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이후 장씨가 한림항으로 이동한 점을 파악했다.
이날 장씨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장씨가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장기 투숙 숙소에서 나선 곳에서 1㎞ 남짓한 거리로, 도보로 10여분 거리다.
장씨의 실종 신고를 받은 A 경장은 신고자인 장씨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연락이 닿았다', '무사하다'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A 경장은 장씨 연인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면서 "다만 장씨가 연인 등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A 경장은 또 신고 2시간 30분 만인 5월 15일 오후 9시 16분쯤 사건을 종결 처리기에 이르렀다. 이어 같은 날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상의 장씨 관련 관리목록 자료도 삭제했다.
경찰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관리목록 삭제가 장씨가 숨졌다는 의미인 '변사'라고 입력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A 경장이 부실 수사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당시 112 신고를 받고 한림항에 출동해 수색 중이던 한림파출소 직원들도 모두 철수하면서 수색 작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장씨 연인은 장씨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17일 재차 신고를 시도했다. 다만 '연인에게 연락처를 말해주지 말라'는 A 경장의 기록이 남아 있어 신고 접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장씨 가족 측은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재신고를 접수해 수색이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마지막 위치로 추정되는 한림항 일대 등에 대해 이달 초부터 수색을 진행해왔지만 장씨를 찾지 못했다.
A 경장은 장씨 외에도 지난 2일 실종 신고된 60대 남성 실종자의 사건도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A 경장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장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60대 남성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실종자가 경찰관을 만나기를 원하지 않으며 위치도 가족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신고자인 가족에게 허위로 말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60대 남성 실종자 가족은 장씨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21일 경찰에 재신고를 했으며 이튿날인 22일 숨져 있는 60대 남성 실종자를 발견했다.
경찰의 허위 수사 논란으로 결국 검찰이 나섰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경찰 허위 수사에 대해 들여다 본다.
전담수사팀은 형사1부장을 주임검사로 두고 초동 수사단계부터 경찰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수사해 나갈 방침이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최근 경찰이 허위로 실종 사건을 종결한 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긴급체포 취소 촌극…"긴급성 안 갖춰"
허위 실종 사건 종결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A 경장이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법원 판단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실종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이어 피의자 신병 확보 과정에서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사건 처리 능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제주지법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사를 받아들여 석방을 결정했다. 법원은 A 경장에 대한 긴급체포가 형사소송법상 요건인 '긴급성'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긴급체포는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하는 등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A 경장은 당시 소재가 파악되고 있어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돼 있던 A 경장은 즉시 석방 수순을 밟게 된다.
결국 경찰은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종결 논란을 빚은 데 이어 피의자 체포에서도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앞서 경찰은 A 경장을 지난 22일 긴급체포했지만, A 경장은 다음날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사는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 법원에 석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A 경장이 적부심을 청구한 자세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부심 심사에 A 경장이 고용한 변호사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A 경장이 체포에 법률적으로 대응하려 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날 포승줄로 묶인 채 파란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 차림으로 적부심 심사에 나선 A 경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적부심 청구 이유가 무엇이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떨군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및 정부 각료들 '무관용', '송구'
이번 허위 실종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앞다퉈 무관용 처벌과 사과의 말을 내놨다.
이날 이 대통령은 "경찰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시신 발견 소식을 접한 뒤 참담한 마음을 전하고 안타까움을 표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탄에 싸여계실 가족분들에게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공직자다. 경찰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보호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을 잃게 됐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같은날 한성숙 국무총리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의 실종사건 이중 확인 의무화, 프로파일링 기록 수정·삭제시 상급기관 통보 등 제안에 내부 검토를 거쳐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어 자신의 SNS에도 "수사기관의 부당·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해 부당·불법 행위가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정부는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전수조사를 통해 현장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실종 수사 체계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남겼다.
한편, A 경장이 실종사건을 허위 처리·종결한 대상 건수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총 298건이라고 공식 밝힌데 이어 경찰은 집중 전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 실종 건에 대해 실종자와 신고자 등에게 연락을 시도하며 경위를 파악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