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문턱 높이고 사업 전환도 제한…지역 중소기업 '이중 부담'

입력 2026-09-17 16: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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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30년·사후관리 최장 20년…후계자 승계 부담 가중
공제한도 1천억원으로 늘려도 중소기업 체감 효과 의문
업종 변경 제한에 사업 다변화 제동…"정상 승계 보호해야"

대구국가산업단지. 매일신문DB
대구국가산업단지. 매일신문DB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지역 중소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기간과 사후관리 요건이 강화되면 후계자를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업종 제한은 생존을 위한 사업 다변화까지 가로막을 수 있어서다. 일부 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의 편법 상속을 막으려다 정상적인 기업 승계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 30년·사후관리 최장 20년…"자녀 설득 더 어려워"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을 원칙적으로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상속인의 상속 전 가업 종사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상속 이후 자산·지분·고용·업종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20년 이상 30년 미만 경영한 경우에도 공제는 가능하다. 다만 30년에 부족한 기간만큼 사후관리가 추가된다. 부모가 20년간 운영한 기업을 물려받으면 자녀는 이후 20년간 요건을 지켜야 한다. 후계자로서는 장기간의 경영 불확실성까지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지역 철강가공업체 A사는 창업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자녀들이 승계를 부담스러워해 고민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도 버거운데 사후관리 기간까지 늘어나면 설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A사 대표는 "세금 부담에 더해 고용과 자산, 업종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면 자녀 입장에서는 회사를 물려받는 것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역 유통업체 B사 역시 자녀들이 직원 관리와 노동·안전 규제, 경기 변동에 따른 책임을 이유로 승계를 꺼리고 있다. B사 관계자는 "기업 승계가 단순한 재산 상속이 아니라 경영 책임과 위험까지 떠안는 일인 만큼 세제 요건이 강화될수록 후계자의 승계 의지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성래 세무사(세무법인 화평)는 "가업상속공제는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사후관리 기간과 업종 변경 범위 등이 완화돼 왔는데 이번 개편안은 방향을 다시 크게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향 추계 없이 문턱 상향…공제한도 확대 효과는

정부는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의 승계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요건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제 대상 기업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재정경제부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향후 경영 상황과 상속 시기, 공제 선택 여부 등에 따라 달라져 추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259만8천305곳 가운데 30년 이상은 25만4천213곳(9.8%)이었다.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61.7%,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28.5%로, 10곳 중 9곳은 업력이 30년에 못 미쳤다.

지난해 실제 공제 257건 중에서도 173건(67.3%)이 경영기간 30년 미만이었다. 기존 이용 사례의 상당수가 강화된 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추가 사후관리를 부담해야 하는 구간에 속한다.

공제한도를 최대 6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한도를 적용받으려면 무려 50년 경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세청 집계 결과 최근 6년간 공제 1천24건 중 400억원을 넘게 공제받은 사례는 12건(1.2%)에 불과했다.

한도 확대보다 공제 자격과 사후관리 부담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사업 다변화도 심사 대상…"생존 위한 전환 막아선 안 돼"

업종 요건 강화도 부담이다. 정부는 전체 1천205개 세세분류 업종 가운데 727개를 공제 대상으로 정했다. 마트와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은 제외 대상이다. 승계 이후 업종 변경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민관 심사위원회가 산업환경이나 시장수요 변화에 따른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예외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섬유업체 C사는 업황 침체에 대응해 기존 원단 생산에서 의료기기·의료용 소재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개편 이후 주업종 판단과 업종 변경 심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C사 관계자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 다변화인데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기존 업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보여 혼란이 크다"고 했다.

조 세무사는 "베이커리 카페 등 일부 편법 사례를 막기 위한 취지는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제조기업의 사업 전환까지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허수복 에이치엔케이파트너스 대표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경영 여건이 어렵고 상속세를 부담할 능력도 크지 않아 별도의 촘촘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