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천조 육박한데…정부, 세수초과분 100조 딴 주머니 찬다

입력 2026-08-21 15: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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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20%는 국회 손 밖으로
건전재정 원칙마저 뒷전 우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홍근 기획처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2026.8.21. 기획처 제공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홍근 기획처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2026.8.21. 기획처 제공

국가채무가 1천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업황 호조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인세 등 세수 초과분을 채무 상환이 아닌 별도 기금으로 떼어내 투자하기로 했다. 기금 지출 상당 부분을 국회 의결 없이 바꿀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면서 재정 통제력 약화와 건전재정 원칙 훼손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을 상정·논의했다.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국내 잠재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신설 배경으로 들었다.

기획처 관계자는 "추가세수를 단기 경기부양이나 재정건전성 관리에만 쓰면 산업 대전환의 분수령을 놓칠 우려가 있다"며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생산적 지출로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금의 주된 재원은 정부가 이번에 새로 정의한 '추가세수' 개념이다. 이듬해 예산안의 내국세 세입예산이 최근 10년간 내국세 결산액의 연평균 증가율로 산출한 추세치를 넘어서는 부분을 일반회계에서 기금으로 옮긴다. 여기에 매년 9월 세입 재추계 때 늘어나는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 잔여재원, 여유자금 운용수익도 더해진다.

구체적인 기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박 장관이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밝힌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 500조원과 기획처가 제시한 산식을 감안하면 내년 한 해에만 100조원이 넘는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운영 규모(328조1천억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청년 분야는 일자리·주거·혼인출산 등 생애주기별 지원, 성장동력 분야는 AI 3강 도약과 소형모듈원전(SMR)·양자·우주항공 등 7대 미래기술(SEED) 투자에 쓰인다. 지방 분야는 정주여건 개선과 농어촌 기본소득 확산, 교육인재 분야는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과 외국 인재 유치에 각각 투입된다.

기금은 기획처가 총괄 운용하고 관계 부처가 소관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다부처기금' 형태로, 5개 계정과 민관합동 기금운용심의회를 둔다.

문제는 통제 장치다.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액의 20%까지 국회 의결 없이 운용계획을 바꿀 수 있다. 국가재정법은 재정건전성 확보와 국가채무의 적정 수준 유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재정건전화법 논의조차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장재정을 위한 새 통로부터 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적자성 채무는 이미 1천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800조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예고된 상태다.

이에 대해 기획처는 "기금 허용 범위 내에서 국회가 결정한 범위 안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오는 24일 '미래대응기금 패키지 법안'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 달 국무회의, 이어 같은 달 3일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