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
'우리 동네 이야기'는 어떻게 돈이 되고 산업이 될까. 4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창업해 콘텐츠 비즈니스를 직접 경험한 여주엽 경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에게 지역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물어봤다.
◆ 왜 '우리 동네 이야기'가 먹히나
여 교수는 지역 콘텐츠의 경쟁력을 '희소성'과 '보편성'의 결합에서 찾았다. 지역민에게는 익숙한 이야기가 다른 지역 사람에게는 처음 접하는 낯선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지역 사람에게는 '우리 지역 이야기'지만 다른 지역에서 보면 지역성이라기보다 희소성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동시에 그 안에는 지역을 떠나 살아가는 고민이나 일자리, 생활비처럼 지역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사투리도 단순히 재미를 만드는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크리에이터에게 일종의 '신뢰'를 부여한다. 여 교수는 "사투리를 들으면 '저 고장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긴다"며 "그 지역에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그 지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명분도 함께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팔로워가 많아야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기 쉬웠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서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가 팔로우 여부와 관계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늘었다. 특정 지역을 소재로 한 콘텐츠라도 강하게 반응할 이용자를 찾아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 교수는 "알고리즘이 어떤 콘텐츠가 어떤 사람에게 맞는지를 이전보다 정교하게 매칭한다"며 "크리에이터들도 단순한 상업 콘텐츠보다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그 안에 상업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콘텐츠, 어디까지 갈까
그렇다면 지역 콘텐츠가 만들어낸 영향력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여 교수는 그 가능성이 광고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고 봤다. 콘텐츠를 통해 쌓은 인지도와 영향력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미디어 자체를 단순한 수익모델로 보기보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상품을 광고하며 소비자의 구매 흐름을 경험한 뒤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 창업으로 확장하는 구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이라는 특성은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사업 기반이 된다. 음식과 관광, 축제, 로컬 브랜드 등 콘텐츠와 연결할 수 있는 자원이 이미 지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보고 특정 장소를 찾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면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주변 상권의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그 지역에 가면 꼭 해야 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방문객이 숙박하고 식사하고 쇼핑하도록 연결된다면 지역 소상공인에게도 낙수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 교수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또 다른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콘텐츠 규모가 커질수록 촬영과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제작 과정에 필요한 인력이 늘고, 자체 상품이나 서비스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 한 사람의 성장이 개인의 수익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일거리와 사업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지역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여건도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에서 성장한 크리에이터도 광고 미팅과 협업 기회, 영상 제작 인력 등을 찾아 서울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대면 미팅이 일상화되고 영상 편집 등 제작 인프라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지역에 머물면서도 전국의 기업과 협업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에서 만든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과 일자리가 다시 지역에 남는 구조도 이전보다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크리에이터에게도 과제는 있다. 지역의 일상과 공감으로 팬을 모은 계정에 광고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처음 영향력을 만들어낸 친밀감과 신뢰가 오히려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 교수는 비상업적인 일상 콘텐츠로 성장한 계정이 갑자기 광고 중심으로 바뀌면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광고와 비광고 콘텐츠 사이에 자신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 콘텐츠의 가능성은 몇몇 크리에이터의 성공에만 있지 않다. 한 사람의 콘텐츠에서 시작된 영향력이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관광과 소비, 지역 상권과 로컬 브랜드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지역 안에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