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관계수 미달 공시 570건…작년 대비 9배 급증
ETF 5개 퇴출…'초과수익 추구 vs 상관계수 규제' 충돌
금융당국 '완전 액티브 ETF' 논의 지연…업계 "대책 시급"
"비교지수 대비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 도대체 왜 상장폐지를 하죠?"
최근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가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잇달아 상장폐지되면서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액티브 ETF의 운용 특성상 비교지수와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데, 현행 제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상관관계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서입니다. 금융당국도 상관계수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가 지연되면서 운용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 액티브 ETF 운용 자율성 가로막는 상관계수 규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 ETF는 상관계수 미달로 지난 19일 상장폐지됐습니다. 지난달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액티브 ETF 4종이 같은 사유로 상장폐지된 데 이어 올해 들어 상관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한 상품은 총 5개로 늘었습니다.
상관계수란 말 그대로 '얼마나 상관이 있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이 얼마나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통계 지표인 셈이죠.
값은 -1에서 1 사이에 위치합니다.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도가 강하고 0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의 움직임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1은 두 자산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를 나타냅니다.
현행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상관계수가 0.7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연속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됩니다.
액티브 ETF에 상관계수 요건을 두는 것은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제시한 비교지수와 지나치게 다른 방향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비교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최소한의 지수 연계성은 유지하도록 한 것이죠.
문제는 액티브 ETF의 운용 목적과 상관계수 규제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와 달리 운용역이 시장 상황에 따라 종목을 선택하고 편입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해 비교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교지수와 다른 종목을 담거나 비중을 크게 달리하면 일별 수익률의 움직임도 지수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관계수 미달로 상장폐지된 상품 중에는 비교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타임폴리오의 TIME 미국배당다우존스액티브 ETF는 액티브 운용을 유지하던 지난 5월 14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36.06%로 비교지수를 9.42%포인트 웃돌았습니다.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도 비교지수보다 9.68%포인트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상장 폐지된 한투운용의 액티브 ETF 4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업계에선 상관계수를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비교지수와 유사하게 조정하면 액티브 운용의 자율성이 줄어들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운용 전망에 따라 비중을 확대했던 종목을 다시 줄이거나 비교지수에 없는 종목을 정리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과수익을 추구하려면 지수와 차별화해야 하지만, 지수와 너무 달라지면 상관계수 규제에 걸리는 구조인 셈입니다.
◆ 상관계수 미달 급증…업계 "3개월 너무 짧다"
올해 들어 상관계수 미달 사례가 급증한 것도 이 같은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액티브 ETF 운용역들이 시장 상황에 대응해 특정 종목이나 자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경우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비교지수와 ETF의 수익률 흐름이 벌어지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일까지 발생한 ETF 상관계수 기준 미달 공시는 570건으로 지난해 전체 64건의 약 8.9배에 달했습니다. 상관계수 미달 상품 수도 지난해 2개에서 올해 18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액티브 ETF가 초과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편입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등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비교지수와 다른 종목을 담은 상황에서 해당 종목의 주가가 크게 움직이자 ETF와 비교지수의 일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됐고, 이에 따라 상관계수도 빠르게 낮아진 것입니다.
특히 상관계수는 최근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일정 기간의 일별 수익률을 함께 반영합니다. 따라서 운용사가 상관계수 하락을 확인한 뒤 포트폴리오를 비교지수와 비슷하게 바꾸더라도 바로 기준치를 회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지수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던 기록까지 한동안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운용사는 상관계수 관리에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상관계수를 높이려면 비교지수와 유사한 종목을 담아 지수와의 연계성을 높여야 하지만, 이 경우 액티브 ETF의 강점인 적극적인 종목 선택과 초과수익 추구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상관계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운용과 초과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운용 사이에서 선택이 필요해지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특히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내려간 뒤 상장폐지 요건이 적용되기까지 주어지는 3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운용사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더라도 과거 데이터가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로 상관계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상관계수 기준 자체를 낮추거나 상관계수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까지의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3개월인 연속 미달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상관계수 요건을 무조건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액티브 ETF라는 이유로 비교지수와의 연계성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투자자가 상품의 성격을 오인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입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ETF의 운용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까지 없애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상관계수 기준을 현실화하면서도 상품의 운용 전략과 위험 수준을 투자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완전 액티브 추진…TF 이후 논의 '잠잠'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ETF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교지수 요건이 없는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ETF가 특정 지수를 따라가도록 운용되는 상품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지수에 얽매이지 않고 운용하는 완전 액티브 ETF를 허용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금융위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운용업계 등은 지난 3~4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완전 액티브 ETF의 운용 범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검토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관련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거래 과열과 투자자 보호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관심과 정책 역량이 관련 보완책 마련에 쏠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입니다. 완전 액티브 ETF가 도입될 경우 기존 ETF와 공모펀드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는 만큼 운용 자율성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업계 의견 수렴은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이제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 일정이 나와야 한다"라며 "액티브 ETF의 운용 자율성을 확대하면서도 투자자가 상품의 성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