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프로젝트' 기대했는데…조선株, 조정 국면 언제까지?

입력 2026-08-21 1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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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조선 TOP10 지수, 1주일간 4.55% 하락…테마 지수 하위 2위
지수 구성 10개 종목 중 7개가 약세…HD한국조선해양, 9%대↓
상선 업황·실적은 여전히 견조…미 함정·데이터센터 엔진도 기대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수혜 기대를 등에 업고 상승세를 이어왔던 조선주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상선 부문의 견조한 실적에도 그간 주가를 끌어올렸던 미국 조선업 재건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가운데, 대미 투자 집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업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미국 함정 사업이나 데이터센터용 엔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실제 수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조선 TOP10' 지수는 최근 1주일(12~20일) 동안 4.55% 하락했다. 이는 코스피(7.99%)·코스닥(-1.98%) 지수 수익률을 밑도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9개 테마형 지수 중 'KRX 게임 TOP 10' 지수(-8.61%)에 이은 하위 2위다.

같은 기간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약세를 나타냈다. HD한국조선해양이 9.42%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HD현대마린엔진(-5.64%) ▲HD현대중공업(-5.47%) ▲삼성중공업(-4.59%) ▲한국카본(-3.70%) ▲한화오션(-0.56%) ▲대한조선(-0.20%)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한화엔진은 4.25% 상승했고 HJ중공업과 HD현대마린솔루션도 각각 3.34%, 1.50%씩 올랐다.

최근 조선주 약세에는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미국發 모멘텀이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미국 함정 시장 진출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한미 간 대미 투자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됐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조인트팩트시트(JFS)를 통해 한국이 약속한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우리 정부에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협력에 투입되는 1500억달러는 해당 투자액과 별도지만, 미국 측이 투자 이행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관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한미 간 투자·통상 협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미국과의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일정으로 미국을 찾았다. 정부는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양국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가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 간 협의와 미국 현지 투자 등이 수반되는 만큼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 시점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증권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진행 주체가 정부라는 점에서 민간 주도 사업보다 진행 속도가 느릴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모멘텀 발생 시점에 대한 기대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상선 건조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운임과 선박 자산가치의 상단에 부딪히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수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도 아직 넘어야 할 변수가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안보 대통령각서(NSPM)에 서명하고 미국 함정의 해외 건조를 추진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최대 3개 함급에 대해 초도 2척을 해외에서 건조하고 이후 물량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이른바 '핀란드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는 수상전투함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하원에서는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전투함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사의 미국 시장 진출이 단순 유지·보수·정비(MRO)와 지원함을 넘어 고부가가치 전투함 건조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재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조선업의 실적 기반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 고선가로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상선 부문의 수익성이 견조한 가운데, 미국 함정 외에도 데이터센터용 엔진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북미 데이터센터용 4행정 중속엔진 시장에서 지난 4월 미국 아페리온에너지그룹(AEG)으로부터 6271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에도 코반에너지그룹으로부터 9560억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누적 수주 규모는 약 1.7GW, 1조5800억원 수준으로 미국발 신사업이 실제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부유식 데이터센터 역시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부족과 주민 반발 등이 심화하면서 해상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와 실제 실적 사이의 간극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상선 부문의 실적 개선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미 함정 수주와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 FDC 등 신사업이 구체적인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과 의회의 함정 해외 건조 규제 움직임 역시 향후 지켜봐야 할 변수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견조한 상선 수익성과 신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조선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단기적인 주가 반등 여부는 기대감보다 실제 수주와 투자 성과가 얼마나 빠르게 확인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MASGA는 민간사업보다 진행 속도가 느릴 수 있어 모멘텀 발생 시점에 대한 눈높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상선 부문의 견조한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AI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주 기회도 확대되고 있어 조선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