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AI시대, 포항의 기회

입력 2026-08-23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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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항테크노파크 채헌 부장-

(재)포항테크노파크 채헌 부장
(재)포항테크노파크 채헌 부장

포항을 대표하는 철강산업은 2015년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2022년 힌남노 태풍 피해로 침수된 포항제철소는 예전 같지 않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급도 늘어났다. 중국산 범용성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됐다. 트럼프는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은 CABM(탄소국경조정제도)을 통해 벽을 쌓고 있다.

국내 상황은 이미 변했다. 포항은 독점적인 철강 제품 생산의 지위를 30년 전에 상실했다. 이제 광양과 당진이 함께 경쟁한다. 포항제철소는 광양제철소에 비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 설비가 너무 낡았다. 현대제철은 2024년 11월 포항에서 전기로 1기를 닫았다. 인력 구조조정 수준이 800명을 넘었다.

포항철강공단에는 '일'이 없다. 젊은 근로자들이 없다 보니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하청을 받아서 일하는 근로자의 은퇴 나이는 70세로 연장됐다. 한때 6천명을 넘었던 건설플랜트 인력은 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부터 에코프로그룹이 영일만산단에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도 2차전지 양극재·음극재 공장을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 단지에 지었다. 투자 금액은 10조원 이상이었다. 5천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겼다. 100만평에 이르는 영일만 1,2,3,4단지가 활기를 띠었다. 그런데 전기차 캐즘을 만났다. 산업은 가라앉았다.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은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2차전지 소재산업의 투자가 한창일 때 철강산업단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니켈도금강판을 만들던 업체들이 수 천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케이스를 만드는 라인을 증설했다. 지금은 캐즘에 걸려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있다. 2차전지 투자가 붐일 때 철강공단에 만평 이상의 부지를 찾는 대기업들이 있었다. 범용 철강을 하던 업체들에게 기회가 되었을 텐데 대응하지 못했다. 욕심을 부렸다. 공장 부지를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기회가 열리고 있다. AI산업에 필수적인 전력산업에서 기회가 생겼다. 영덕에 새로운 원전 2기가 들어선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20분이면 닿는다. 경상북도는 원전 중심지이다. 전국 26기의 원전 중에서 13기가 가동 중이다. 그 중심에 포항이 있다. 포스텍에는 고급 인력이 있다. 주민 수용성이 헐거워진 원전산업과 관련 소·부·장 산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경주와 협업하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경북도의 에너지자급율은 250%가 넘는다. AI산업의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구축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광명산단에 AI데이터센터 착공식을 열었다. SK그룹은 블루밸리를 현장 조사했다. 포항융합지구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움직이고 있다. 280만평의 철강산업단지와 영일만 산단, 블루밸리의 국가산업단지는 이런 전력산업을 담을 그릇으로 충분하다.

무엇보다 포스코그룹이 포항에서 사업을 계속 하도록 잡아두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50년 상생고락을 같이해 온 포항과 포스코는 '동지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향후 3년 동안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 희토류), 에너지자원(LNG, 신재생)에 1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포항은 여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