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
불과 5년 전 중국 주택 시장이 붕괴하며 전국적으로 수천 채의 아파트 건물이 미완공 상태로 남겨졌다. 동북 3성에서 상해, 심지어 서안과 서녕을 다녀보아도 무한한 성장에 모든 저축을 걸었던 중국 시민 한 세대가 하룻밤 사이에 집을 잃었다는 것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때 미국 가계와 투자은행들이 각각 3조 달러씩 자산 손실을 입었던 피해와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다.
미국 추산으로 중국발 부동산 개발시장 붕괴는 약 13조 달러 규모의 피해를 얘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교활하고 기지 있는 사람들은 이 폐허가 된 건물 내부로 들어가 콘크리트 바닥에 텐트를 치고, 침대 시트를 벽으로 사용하며, 임시 화로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대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 버려진 건축물을 '란웨이로우(爛尾樓)', 즉 이는 문자 그대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미완성 아파트·건물'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의 어그러진 프로젝트와 중단된 계획을 상징한다. 자세히는 그 깊은 물 속의 역학적 움직임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상력을 동원해보면, 중국경제 개발의 신질서를 뒷받침해 온 주요 금융 후원자였던 미국이 더 이상 그 발전을 지원하는 데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매년 중국에서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자본을 빼고 있었다. 더구나 중국 경제의 실패한 부동산 프로젝트 사례는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와 달리 이를 넘겨받아 인수할 대안적인 주체는 현재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실을 직시해보자.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미국 국무장관은 한때 세계 질서가 두 가지 기둥, 즉 합리적으로 안정적인 권력 균형과 국가가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공통으로 합의된 규칙 체계 위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두 기둥 모두 안전한가? 미국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우월한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강대국임에 틀림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모습은 왠지 워싱턴이 더 이상 분쟁을 막거나 전 세계적인 상업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능력이 없음을 오히려 점점 더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는 듯하다. 군사적으로 무력화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을 때조차 이를 개방하지 못했다.
과거에도 그랬었다. 미국의 권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조차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비대칭 이점을 이용하여 미국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신속한 기술 변화, 특히 저렴한 미사일과 드론의 확산은 바다와 하늘에 대한 미군의 지배력과 이에 수반되던 상대적 평화를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부터 미국이 글로벌 패권 규칙을 집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동맹 체제는 약화되었고, 미국인들은 이미 세계의 주요 공공재 제공자, 경찰관, 자유무역의 챔피언 역할을 하는 데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강대국도 그 역할을 맡을 야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규칙을 만들지 않은 중국, 러시아 및 신흥 강대국들은 그 규칙에 반발하고 있을 뿐이다. 꼬리를 아무리 흔들어 보았자, 몸통은 흔들리지 않는다. 어쨓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029년에 끝난 후에도 미국이 과거와 같은 경찰국가의 역할을 재개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우리가 예측 가능한 것은 다음에 무엇이 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지경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방어해 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베센트 재무장관의 장기채권 40억 달러 바이백은 결코 일본 엔화를 안정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일본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닥쳐올 커다란 도전이 두려운 것은 '전이(contagion)' 때문이다. 국제법과 규범은 과거에 국가의 행동에 제한을 두었다. 강대국들은 항상 규칙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소국들에게는 규칙이 강제되었다. 비즈니스가 어떻게 수행돼야 하는지에 대한 룰도 맘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제력을 잃은 시대에 위기는 더 이상 원래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규칙을 깨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길은 단지 현실로 돌아오는 것 뿐이다. 스스로의 안보와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자율적·실용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당위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