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학생··대학생 함께하는 1박 2일 통합 캠프 실시
교육지원청·복지관·대학 참여 지역사회 연계 통합교육 실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받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통합교육'의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같은 학교·교실에서 생활하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 교육 활동에 참여해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양질의 통합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구서부교육지원청은 모든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통합교육의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오고 있다. 이러한 통합교육의 가치를 교실을 넘어 학교 밖 실제 경험으로 확장하기 위해 서구종합사회복지관과 협력해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하는 1박 2일 '초록캠프'를 운영했다.
◆서로를 아는 게 통합교육의 시작
초록캠프는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경북 성주 가야산생태탐방원에서 진행됐다. 서부 관내 초·중학생 23명(장애학생 12명·비장애학생 11명)과 대구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열림봉사단 대학생 25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이번 캠프는 비장애학생과 대학생이 장애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모두가 하나의 활동에 참여하며 서로 역할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완성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초록캠프의 첫걸음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교육지원청은 지난달 31일 캠프에 앞서 장애·비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아동인권교육과 장애인권교육을 실시해 서로가 다른 특성이 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발달장애 아동 부모를 대상으로는 긍정적인 양육방법을 주제로 부모교육을 진행했으며,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할 대학생 봉사단에는 현장 특수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별도의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 학생들과 대학생 봉사단은 '원정대'라는 팀 이름과 구호를 정하고 하나의 단체 깃발을 만들었다. 누가 누구를 도와줘야 하는지를 정하기보다는 '우리는 어떤 팀이 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한 것이다. 이처럼 초록캠프의 통합교육은 장애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맞추고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경험에서 출발했다.
◆자연 속에서 서로 가까워지다
교실을 벗어난 자연은 학생들이 서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배움터가 됐다. 학생들은 가야산생태탐방원에서 네트어드벤처·집라인 등 다채로운 숲 체험에 참여했고 계곡의 물속 생물에 대해 배운 뒤 직접 수서생물을 찾아 관찰하기도 했다.
자연환경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함께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친해지는 시간을 별도로 만들지 않았지만 하나의 경험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셈이다.
꿀의 종류와 특징을 알아보고 꿀을 활용한 스크럽제를 만들어 서로 손마사지를 해보는 활동과 원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컵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같은 조 친구와 대학생 멘토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공유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장애학생' '비장애학생' '대학생 봉사자' 등 서로 다른 이름이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그 경계가 점차 옅어졌다. 그리고 옅어진 경계 사이로 '친구' '멘토', 하나의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우리 팀'이라는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졌다.
◆'혼자 빨리'보다는 '함께 끝까지'
통합교육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첫날 저녁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열림봉사단이 직접 기획한 '초록 퀘스트: 코인을 모아라!' 프로그램에서였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누가 더 잘하는가'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었다. 봉사단은 혼자 아무리 잘해도 성공할 수 없고,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고 기다리며 힘을 맞춰야만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협력 중심의 미션을 설계했다.
학생들은 이날 색깔판 뒤집기, 풍선 옮기기, 탁구공 릴레이, 종이컵 옮기기, 큰 공 튕기기 등 5가지 조별 활동에 도전했다.
탁구공 릴레이에서는 팀원들이 하나씩 파이프를 연결해 탁구공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야 했다. 앞사람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다음 친구가 준비되지 않으면 공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몇 차례 실패가 이어지자 학생들의 행동도 달라졌다. 앞만 보고 서두르는 대신 뒤를 돌아보며 다음 친구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
종이컵 옮기기에서도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다. 팀원들이 각각 줄을 하나씩 잡고 힘의 방향과 세기를 맞춰야만 컵을 원하는 위치로 옮길 수 있었다. 한 사람의 힘이 너무 세거나 약하면 컵은 금세 기울어졌다. 학생들은 자신의 힘을 앞세우는 대신 친구의 움직임에 맞춰 힘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캠프에 참가한 김모(11) 군은 "처음에는 내가 친구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게임을 하다 보니 친구가 더 잘하는 것도 많았다"며 "탁구공이 계속 떨어졌는데 서로 천천히 하자고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성공했을 때 다 같이 기뻐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통합교육
초록캠프의 또 다른 의미는 통합교육을 학교만의 역할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대구서부교육지원청은 통합교육의 방향을 마련하고 지역의 교육 자원을 연계했고, 서구종합사회복지관은 복지 현장에서 직접 축적한 경험을 더했다. 또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열림봉사단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1박 2일을 함께했다. 교육기관과 복지기관, 대학이 각자의 역할을 단순히 분담하기보다는 하나의 교육공동체가 되어 학생들이 함께하는 경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예비 특수교사인 대학생들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통합교육의 조력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박완서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열림봉사단 회장은 "처음엔 장애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막상 함께 생활하다 보니 대신 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를 특별하게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되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합교육은 누군가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규은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학생들이 함께 기다리고 응원하며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학교생활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해 성장할 수 있는 통합교육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