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성패는 책임과 행위의 일치에 있다"

입력 2026-08-16 1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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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과 전국 사업체들 입장 차이 커
'소비자 보호'와 '업계 부담' 사이의 논쟁이 거세져 면밀한 검토 필요
성능점검은 성능점검자, 플랫폼 오류는 플랫폼, 허위·미끼매물 등은 매매업에 책임지워야

연간 250만대가 거래되는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편안을 놓고 소비자 보호와 업계 부담 사이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불투명한 수수료와 부실한 성능·상태점검, 미흡한 하자보상,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북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매매업자에게 책임과 비용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소비자 보호대책과 이에 대한 경북자동차사업조합측의 입장을 살펴보았다.

국토교통부가 중고 자동차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발표한 대책안에 대해 전국 중고자동차매매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안동 중고 자동차 매매단지 모습. 엄재진 기자
국토교통부가 중고 자동차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발표한 대책안에 대해 전국 중고자동차매매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안동 중고 자동차 매매단지 모습. 엄재진 기자

◆'깜깜이 수수료' 없애고 총액 표시
국토부 대책의 첫 번째 축은 중고차 가격 표시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터넷에 중고차를 광고할 때 차량 가격뿐 아니라 관리비와 보험료 등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

경북자동차매매사업조합도 총액 표시 자체에는 찬성한다. 다만 차량가격과 관리비, 등록대행수수료, 보험료 등 비용 항목의 성격까지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최종 부담액뿐 아니라 무엇 때문에 비용이 발생했는지까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수료 투명화는 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크지 않은 분야다. 다만 '총액을 얼마로 표시하느냐'에서 나아가 '총액을 구성하는 비용이 무엇인지'를 얼마나 명확히 보여줄 것인지가 세부 쟁점으로 남는다.

◆성능점검 부실 책임, 누가 져야 하나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은 성능·상태점검 책임이다.

국토부는 기존 성능점검자 책임보험을 매매업자의 의무보험으로 통합하고 판매자에게 하자보증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성능점검기록부를 개선하고 점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침수·사고이력 등 중요항목의 오류에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경북 매매업계는 이 부분에 강하게 반발한다. 자동차매매업자는 성능점검을 직접 수행하는 주체가 아닌데, 점검 오류와 부실점검의 최종 책임까지 떠안는 것은 책임 주체와 행위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조합은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작성·발행한 성능점검자가 오류와 부실점검에 대해 우선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판매자 보험 전환, '소비자 보호?, 점검 독립성 훼손?'

국토부는 매매업자에게 하자보증 책임을 부여하고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소비자가 차량 구매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자에게 직접 수리를 요구할 수 있어 보상 절차가 단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성능점검자 책임보험을 폐지하고 판매자 보험으로 전환하는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성능보험은 성능점검자가 작성한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오류를 담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그 책임을 판매자에게 넘길 경우 성능점검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은 성능점검제도의 문제를 보험 구조 변경으로 해결하기보다 성능점검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보험 보상체계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가 중고 자동차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발표한 대책안에 대해 전국 중고자동차매매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AI를 활용한 중고 자동차 매매단지 이미지.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안'에 대한 쟁점 내용별 국토교통부와 경북자동차매매사업조합 입장

◆구매 후 7일 이내 계약해제, '소비자 권리?, 판매자 부담?'

국토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구매 후 7일 이내 주요 장치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고 수리비나 수리기간이 과도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매매업계도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차량에 대한 소비자 보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단순 수리지연이나 부품 수급 문제, 제조사 사정, 정비업체 일정 등 매매업자의 귀책이 없는 사유까지 계약해제 사유가 되면 판매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북조합은 계약해제를 성능 점검 기록부와 실제 차량 상태가 현저히 다른 경우, 매매업자가 중대한 하자를 고의로 은폐한 경우, 허위·거짓 설명이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 진단 오류, 플랫폼이 책임져야

온라인 중고차 거래가 확대되면서 플랫폼의 책임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토부는 내차팔기 플랫폼의 진단 오류로 딜러나 차주에게 손실이 발생하면 플랫폼이 실제 손해액 수준의 보상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정당한 클레임 제기를 이유로 이용자의 계정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플랫폼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북 매매업계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조합은 플랫폼의 진단정보를 믿고 입찰한 매매업자가 실제 차량 상태와 다른 정보를 제공받았다면 플랫폼이 수리비·감가액·운송비 등 실제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임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계정이나 입찰을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즉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데에는 정부와 업계 간 접점이 있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가 비용 부담, 영세업계 생존 문제

경북 매매업계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각종 책임과 비용이 매매업자에게 집중될 경우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매업자는 차량 매입비를 비롯해 상품화 비용, 성능점검비, 광고비, 금융비용, 보관비, 관리비, 판매 이후 민원 대응 비용 등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자 보험료와 하자보증 책임, 계약해제 위험까지 추가되면 영세·중소 매매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합은 추가 비용이 차량가격이나 거래비용에 반영되면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비용을 높이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중고 자동차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발표한 대책안에 대해 전국 중고자동차매매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AI를 활용한 중고 자동차 매매단지 이미지.

◆ 핵심은 '책임의 집중'아닌 '책임의 일치'

결국 이번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다. 정부와 업계 모두 허위·미끼매물 근절과 수수료 투명화, 성능점검 신뢰성 확보,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누가 어떤 행위에 대해 책임질 것인가다.

국토부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하는 최종 단계에서 판매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실효적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매매업계와 일부 전문가는 성능점검 오류는 성능점검자가, 플랫폼 진단 오류는 플랫폼이, 보험 약관과 보상 문제는 보험사가, 허위·미끼매물과 고의적인 하자 은폐는 매매업자가 각각 책임지는 구조가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김필수(대림대 교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은 "성능점검제도의 핵심은 판매자와 독립된 제3자가 차량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데 있다"며 "판매자 하자담보책임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성능점검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편 성패는 '책임과 행위 일치'

국토부 대책에도 성능점검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다. 점검 오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위약금 제도를 도입하고, 매매업과 성능점검업의 겸업을 금지해 성능점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따라서 향후 법령 개정 과정에서는 판매자에게 최종적인 소비자 보상 창구 역할을 부여하더라도, 실제 비용과 책임은 잘못을 발생시킨 주체에게 귀속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9월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점검과 보험 등 과제별 세부 논의를 위한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업계 의견도 토론회 등을 통해 추가로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사)경북 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소비자가 중고차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를 위해 영세 매매업자에게 모든 위험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라면 시장의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성실한 사업자를 보호하고, 성능점검의 독립성과 플랫폼의 책임성을 함께 세우는 것. 이번 제도 개편의 성패는 결국 '책임을 누구에게 몰아줄 것인가'가 아니라 '책임과 행위를 얼마나 정확하게 일치시키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