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제조기업들의 인공지능(AI) 전환이 생산설비나 스마트공장 구축보다 사무·관리 업무에서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 AI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적용 분야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전표 처리와 보고서 작성, 판매·재고 관리 등 반복 업무부터 AI로 전환하고, 나아가 품질 예측과 공정 이상 감지 등 생산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모습이다.
KT 동부법인고객본부는 지난 5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상신브레이크를 시작으로 6월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제조기업 한중엔시에스, 7월 특수선재 제조기업 고려특수선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제조 AX 세미나'를 진행했다.
KT 관계자는 "기업별 실무진을 직접 만나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발굴하고 이를 AI 적용 과제로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상신브레이크는 세미나에서 임금 관련 업무와 해외법인 관리 등 사무·관리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사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 인상률을 자동 계산하는 AI 에이전트와 해외법인의 판매량·선적 현황을 관리하는 시스템 등이다.
한중엔시에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전표 처리와 회계 검증, 원가·손익 분석 등 사무 업무 자동화와 함께 생산 실적 보고 자동화, 발주·재고 관리, 불량 원인 분석, 검사성적서 자동 입력 등 생산·품질 분야까지 다양한 AX 과제가 제시됐다.
고려특수선재는 회의록 작성과 수출서류 자동 처리, 대용량 데이터 분석 등 반복 업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실시간 이상 감지와 품질 문서 관리 등 제조 현장 데이터 활용에도 관심을 보였으며 전사 데이터 표준화와 AI 인프라 구축, 중장기 AX 로드맵 마련 등 회사 전체의 AI 전환을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지역 제조기업의 AI 도입이 사무·관리 업무에서 먼저 나타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생산 공정에 AI를 직접 적용하려면 설비 연동과 데이터 축적, 안정성 검증 등이 필요한 반면 전표 처리와 보고서 작성, 회의록 정리, 사내 데이터 검색 등은 기존 업무 시스템과 연계해 비교적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업무 자동화에서 성과를 확인한 뒤 생산·품질 분야로 AI 적용을 넓혀가는 단계적 전환이 현실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김명근 고려특수선재 부사장은 "AI를 통한 실질적인 업무 효율성 증대를 넘어 회사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