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였다, 뇌병변 母 살려보려"…불난 아파트서 추락한 모자 사정은

입력 2026-08-11 22:55:48 수정 2026-08-11 23: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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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가족…아버지도 휠체어 타
정확한 사건 경위 규명에는 상당한 시일 걸릴 듯

11일 오후 4시 55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15층 한 세대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된 사망자 2명은 불이 시작된 세대에 거주하던 주민들이며,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은 이날 화재 현장 모습. 연합뉴스
11일 오후 4시 55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15층 한 세대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된 사망자 2명은 불이 시작된 세대에 거주하던 주민들이며,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은 이날 화재 현장 모습. 연합뉴스

11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15층에서 함께 추락해 숨진 2명은 해당 가구에 거주하던 모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화재 당시 30대 아들이 뇌병변 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60대 모친과 안전하게 대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55분쯤 가양동의 15층짜리 아파트의 최상층 한 세대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장비 25대와 인력 87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큰 불길은 약 20분 만인 오후 5시 19분쯤 잡혔다.

이번 화재로 주민 등 40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하지만 아파트 화단 쪽에서는 30대 후반 남성 1명과 60대 여성 1명 등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불이 난 가구에 함께 거주하던 모자관계로, 화재 당시 함께 15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가구에는 이들 외에도 60대 아버지가 함께 살고 있었으나, 화재 당시에는 외출해 화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낡은 건물 축에 속한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어진 영구임대 아파트이기도 하다. 강서구청 등에 따르면 사망자들 역시 기초생활수급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강서구 복지 담당자는 "모친은 뇌병변 장애인이고, 부친도 건강이 안 좋아 휠체어를 타고 다녀 아들이 혼자 부모님을 모시고 산 것으로 파악됐다"며 "장애가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인 만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세대를 방문해 점검도 하고 지원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주민은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창문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오며 가며 얼굴을 본 사이인데, 비참한 마음이 들고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털어놨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단지 상가에서 일한다는 60대 최모 씨는 취재진에 "아들이 효자였다"고 증언했다.

최씨에 따르면 모친은 당뇨 합병증 등으로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고 한다.

최씨는 "불이 났는데 엄마를 두고는 못 가니까 살리려고 뛰어내린 것 같다"며 "내가 휠체어를 타서 아는데, 화재가 발생했을 때 몸이 불편한 사람은 대피하기가 어렵다. 우린 불 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추측했다.

소방당국 등은 진화 직후부터 현장 감식을 실시해 오후 8시20분쯤 종료했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 오래된 만큼, 스프링클러 등 재난안전설비가 화재 당시 작동했는지 등도 확인 중이다.

정확한 화재 발생 경위와 원인 파악 등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방 당국은 전기적 요인과 방화 여부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모자가 숨진 시점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소방 관계자는 "진압 초기 집 안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가 없는 줄 알았지만, 이후 화단에서 사망자가 발견됐다"면서 "우선 집 내부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자가) 불이 확산한 뒤에 뛰어내렸는지, 그 전에 뛰어내렸는지 시점도 파악이 안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