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직 공무원들은 "재난은 앞으로 더 복잡해질 텐데, 대응 체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현장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며, 숙련된 인력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방·대응·복구 분담
가장 먼저 꼽은 과제는 인원 충원을 바탕으로 한 조직 개편이다. 현재 기초자치단체의 방재 업무는 소수의 인력이 재난 예방부터 대응, 복구까지 모두 담당하는 구조다. 업무 범위가 넓다 보니 재난이 장기화할수록 피로가 누적되고, 교대 근무도 쉽지 않다.
A씨는 "구청 재난 부서를 '자연재난과' 등으로 격상하고 산하에 예방팀·대응팀·복구팀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업무가 세분되면 자연스럽게 전담 인력도 늘어나고, 여러 명이 같은 업무를 맡아 장기 재난 상황에서도 교대 근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당장 인력 확충이 쉽지 않다면, 현장의 의견을 제도에 반영할 통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D씨는 "현재는 상급 기관이 지침과 계획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내려보내고, 기초 지자체는 이를 그대로 수행하는 역피라미드 구조"라며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과 물리적으로 수행이 어려운 부분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람이 남아야 재난도 막는다
숙련된 인력을 붙잡기 위해서는 꾸준한 신규 인력 유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D씨는 "몇 년 동안 채용이 없다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방식은 수험생들이 채용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응시 의지를 떨어뜨리고, 우수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년 일정 규모를 꾸준히 채용해야 인력 공백을 줄이고, 기존 직원들의 업무 부담과 이탈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재난 업무를 맡은 직원들을 위해 순환근무 제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난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는 일정 기간 행정복지센터 안전 담당직 등 상대적으로 긴장도가 낮은 부서에서 근무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C씨는 "방재 기획과 총괄 업무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며 "잠시라도 일상 행정을 맡으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도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 붙잡지 못하는 처우
수당 현실화와 인사 제도 개편도 공통된 요구였다. 방재직은 직렬 자체의 인원이 적다 보니 승진할 수 있는 자리도 제한적이다. 승진 여부 역시 각 구·군의 인력 운영 상황에 달려 있어, 무작정 개선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함께 재난 현장을 뛰는 다른 전문 직렬들이 승진할 때, 방재직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승진한다.
자연스럽게 임금 상승과 처우 개선도 늦어진다. 이들은 입을 모아 "월 20만 원 수준의 위험수당으로는 업무 강도와 책임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방·경찰과 마찬가지로 재난 현장에서 주민 안전을 지키지만, 위험에 대한 보상 체계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열악한 처우는 결국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 사람이 빠져나가면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지고, 다시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A씨는 "승진이 더디다 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4~5년 차에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다"며 "방재 기사 등 전문 자격을 가진 인력은 처우가 더 좋은 민간 안전관리 분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앞으로 더 자주, 더 복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을 지킬 사람이 남아 있어야 결국 주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