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부터 잘못된 정부 정책, 혼선만 가중돼
與 적개심 노출, 육사를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검찰청 폐지 역시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복수심
옛날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큰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어느 날 마을에서 도둑질이 발생했다. 수소문 끝에 도둑 셋이 감나무 아래 모여 범행을 모의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마을 원님은 지체 없이 감나무를 베어버렸다.
그런데도 도둑질은 끊이지 않았다.
얼마 뒤 또 다른 첩보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그 도둑 셋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범행을 모의했다는 것이었다. 원님은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은행나무 밑동을 잘라버렸다.
그렇게 마을에 있던 큰 나무들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하지만 도둑질은 여전히 계속됐다.문제는 나무가 아니었다. 도둑을 잡고 범행을 막아야 했는데,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도둑들이 잠시 머물렀던 나무만 베어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가 우스꽝스럽게 들린다면, 원인을 잘못 진단한 정책이 얼마나 엉뚱한 결과를 낳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처방은 언제든 엉뚱한 곳을 향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가 국가안보와 군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근본 원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상징적인 대책부터 내놓는다면 어떨까. 정책의 혼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최근 논란이 된 '통합사관학교' 문제가 바로 그렇다.
◆李 대통령의 적개심 "육사는 쿠데타 세력"
"쿠데타를 무려 3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를 거론하며 한 발언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귀를 의심케 했다. 이 나라의 주요 지휘관 양성소인 육군사관학교를 잠재적 쿠데타 세력으로 매도한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세 곳으로 분리된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고, 육사 중심의 장성 독점 구조와 파벌을 깨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앞으로 또 할 수도 있잖아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핵심은 단순히 사관학교를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일부 군인들의 정치 개입과 쿠데타라는 역사적 사건을 특정 교육기관 전체의 책임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쿠데타를 무려 세번이나 한 중심인 육군사관학교인데, 한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도 했다. 12·3 비상계엄 문책과 5·17 비상계엄 확대 등 쿠데타 재발 방지가 통합사관학교 창설의 배경이란다.
유승민 전 의원은 5일 SNS를 통해 "그런 논리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졸업한 서울대 법대와 충암고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통합사관학교 추진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국방위원회 야당 의원들도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법적 책임이 정리된 과거의 사건을 미래 장교 양성체계 변경의 명분으로 삼을 수는 없으며, 육사생도들을 '쿠데타 예비세력'이라 여기는 것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김재섭 의원 역시 쿠데타의 핵심은 육사라는 교육기관 자체가 아니라 하나회와 같은 군내 사조직과 정치적 세력화에 있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역대 육해공 참모총장 출신 46명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과거 특정 사관학교 출신 일부 군인들의 정치 개입을 출신학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고 나아가 3군 사관학교 통합을 그 예방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청 폐지도 같은 논리인가
이 문제를 다른 국가기관에 대입해보면 논리가 더욱 선명해진다.특정 검사들이 권력을 남용했다고 검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악의 근원이라고 단정한다면, 검찰청을 없애는 것이 정답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비극적인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역시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와 기소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한 논거가 있을 수 있다.그러나 제도개혁의 목적이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사건에 대한 '사적 복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 폐지 논란을 놓고도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역사적 배경으로 거론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이 개정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가져가 기념사진을 남긴 것도 논란이 됐다.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야, 기분 좋다'고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노무현의 정치를 특정한 정치적 프레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았다.
다수의 정치 평론가들은 '특정 검사들의 잘못 때문에 검찰 전체를 없애야 한다면, 특정 군인의 잘못 때문에 사관학교 전체를 통합하거나 해체해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나무가 문제라면 나무를 베는 것이 해법이다. 하지만 나무 아래에서 도둑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나무를 베어버린다면 도둑은 다른 곳을 찾아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