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투기를 근절하고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全數調査)가 농촌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오랜 관행과 현실을 외면한 채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과 단속만 앞세운다면, 투기꾼은 잡지 못하고 애꿎은 농민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마무리된 정부의 기본조사에서 전체 대상의 27%가 불법 임대차 등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문제는 농촌에서 '도지'(賭地) 농지 이용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고령화로 농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차농이 농사를 맡아온 게 현실이다. 이를 불법으로 몰아붙이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
지주들의 농지 회수(回收)도 우려되는 문제다. 지주들이 불법 임대차로 적발될 것을 염려해 임차농에게 땅을 거두어들일 경우 농업생산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 고령 지주나 도시 거주 상속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작(耕作)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농지를 계속 보유하기도 쉽지 않다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많다. 농지 가격이 급락하면 담보가치도 떨어져 농민의 금융 부담이 커진다. 농지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 농축협의 건전성(健全性)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지 투기와 불법 소유는 엄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농지 정책의 목표가 '누가 소유했느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가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고, 농지가 제대로 이용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면서도, 정책의 중심은 '농지농용'(農地農用·농지는 농사에 이용한다)이어야 한다. 고령농, 상속 농지, 문중 농지, 장기 임차농 등 농촌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정부는 전수조사와 단속 실적을 정책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투기를 막겠다며 성실한 임차농을 내몰고 농지 가격을 떨어뜨린다면, 농촌 생태계(生態系)는 무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