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 입추가 지나니 놀라울 정도로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일 최고기온이 40℃를 넘나들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피부 안쪽까지 익는 듯하던 더운 바람이 꽤나 선선해진 것은 한편으로 다행인 소식이다. 여느 재난이 그렇듯 폭염 또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은 유독 가혹했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체계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집계된 전국 온열질환자는 3천89명이었고, 추정 사망자는 26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사망자가 23%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구에서는 같은 기간 77명의 온열질환자가, 경북은 248명의 환자와 2명의 추정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달 대구경북의 평균기온은 27.1도로, 기상 관측 이후 역대 7월 평균기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더웠다.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구의 폭염일수는 22일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폭염일수 8.9일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이달에는 1942년 대구 대표 관측 지점(ASOS)이 40도를 기록한 이후 84년 만에 40도 넘는 기온이 관측되기도 했다. '대프리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여겨지는 도시다운 행보다.
점차 일상이 되고 있는 폭염 앞에서 재난의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누군가는 피서지로 여행을 떠나거나 시원한 백화점, 빙상장 등에서 더위를 보낸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배달 음식과 함께 영화를 즐기는 홈캉스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세가 무서워 30도를 훌쩍 넘는 집 안에서 부채나 선풍기만으로 하루를 보내거나,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지하상가나 대중교통 안에서 하루 종일 머물다 해가 떨어지면 귀가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무더위 앞에서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구 내 1천 개가 넘는 무더위쉼터 중 24시간 문을 열거나 이동 약자의 접근을 허용하는 곳은 손꼽힐 정도로 적었다. 이용자가 한정돼 있다는 인식이 강한 노인정이 절반 이상이었으며,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오후 6시 이후 야간 운영을 하는 쉼터는 20%도 되지 않았다. 현황표를 보고 방문했지만, 계단 혹은 턱이 있어 휠체어를 끌고는 방문할 수 없거나 문이 아예 닫힌 곳도 있었다.
재난 정보 역시 고르게 가 닿지 못하고 있다. 매일같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물을 섭취하라는 재난문자가 이어지지만, 충분한 대응책은 아니다. 소리나 진동으로 문자 수신 여부를 인식하기 어렵거나, 문자에 사용되는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행정안전부 앱이나 대구시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 정보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는 닿을 수 없는 정보이기도 하다.
재난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그런 만큼 여러 장벽 앞에서 관리 체계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폭염 대응을 위해 마련된 무더위쉼터가 실제로 접근 가능한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에너지바우처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원 대상자가 실제로 냉방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지원액을 현실화해야 하고, 폭염특보와 쉼터에 대한 맞춤형 정보 제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폭염이 한풀 꺾였다고 앞으로 닥칠 책임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한 폭염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무더운 곳에 남겨진 이들을 기준으로, 지자체와 정부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