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가(七暇)·독서·호미씻이 등 휴가를 즐긴 옛 사람들

입력 2026-08-05 14: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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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쇄미록'과 '해주일록'에 전해오는 재충전했던 모습
관료의 '칠가', 선비의 독서, 농민의 호미씻이로 읽는 전통 사회의 쉼

해주일록_영양남씨 영해 광계정 기탁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해주일록_영양남씨 영해 광계정 기탁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전통사회 사람들이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쉬었던 다양한 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연차 휴가는 아니었지만 관료에게는 제도화된 휴일과 휴가가 있었고, 선비는 독서와 교유로 몸과 마음을 다스렸다. 농민들은 농사일이 한 고비를 넘으면 호미를 씻어 걸어 두고 마을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며 쉬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쇄미록(瑣尾錄)'과 '해주일록(海洲日錄)' 등을 바탕으로 무더위와 고된 노동 속에서 잠시 일손을 놓고 재충전했던 옛사람들의 모습을 전했다.

조선시대에는 혼례·상례·제사·질병·부모 봉양 등을 위한 '급가(給暇)'가 운영됐다고 한다. 세종은 젊고 재능 있는 문관들이 공무에서 벗어나 독서에 전념하도록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시행했다. 일정 기간 공무를 면제하고 학문과 저술에 전념하도록 한 인재 양성 제도였다.

남붕(南鵬·1870~1933)의 '해주일록'에는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선비의 모습이 담겨 있다. 1932년 음력 6월 25일, 중복의 극심한 더위 속에서도 남붕은 새벽부터 '주자서절요'를 외우고 명나라 사람의 시를 읽으며 더위를 쫓았다.

그는 심한 병이 아니면 무더운 계절에도 베개에 기대지 않고 더욱 힘써 공부했다고 기록했다. 남붕에게 독서는 몸과 마음을 다잡는 여름나기의 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책상 앞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1922년 음력 6월 23일 마을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해 호미씻이 잔치를 마련한 이들로부터 술과 안주를 대접받았다. 공부로 더위를 견디던 선비도 농사일의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함께 쉬고 즐기는 공동체의 자리에 참여한 것이다.

호미씻이는 마지막 김매기를 마친 뒤 호미를 씻어 걸어 두고 하루 또는 며칠간 음식을 나누며 쉬고 즐기는 공동체의 축제였다.

오희문(吳希文·1539~1613)의 '쇄미록'에는 1600년 음력 8월 6일 마을 사람들이 냇가에 모여 북을 치고 노래와 춤을 즐긴 모습이 기록돼 있다. 오희문은 이것이 농사일을 마친 뒤 호미를 씻는 의미로 먹고 노는 잔치라는 설명을 듣고, 일하는 사람들이 한 번 쉬고 노는 일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전통사회의 쉼은 관료에게는 제도적 휴식과 학문에 전념하는 시간으로, 선비에게는 독서와 교유의 시간으로, 농민에게는 함께 먹고 즐기는 공동체의 시간으로 나타났다"라며 "앞으로도 소장 기록유산을 바탕으로 옛사람들의 일과 쉼의 문화를 발굴·연구하고, 그 가치를 국민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소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쇄미록 함안조씨 해창 조병국家 기탁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쇄미록 함안조씨 해창 조병국家 기탁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