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가 '장비 보급'에서 '맞춤형 예방'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사 특성과 위험요인을 반영한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확대에 나섰고, 전문가들은 현장 진단과 안전교육, 성과평가를 연계한 종합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설업계 역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관리 투자를 확대하면서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현장 맞춤형으로 확대해야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정부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 맞춤형 지원 지속 확대 필요'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은 데이터 기반의 현장 진단과 맞춤형 장비 지원, 안전관리 코칭, 성과평가가 하나의 체계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2021년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으로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근거가 마련된 이후 300억원 미만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21년에는 50억원 미만 공사 12개 현장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2022년부터 지원 대상을 300억원 미만 공사로 확대했다.
지원 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원 현장은 2023년 123곳, 2024년 130곳에 이어 2025년 200곳으로 확대했다. 특히 지난 2024년 전체 지원 물량의 60%를 50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 배정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여건이 취약한 현장을 집중 지원했다.
지원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추락이나 붕괴 위험을 감지하는 장비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AI CCTV와 붕괴·변위 위험경보 장치, 스마트 풍속계, 스마트 양생 센서, 안전관리 소프트웨어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강풍에 따른 작업 위험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거나 콘크리트 양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위험성평가와 작업 전 안전회의(TBM) 등 안전관리 업무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는 50억원 미만 공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기존처럼 모든 현장에 동일한 장비를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사 종류와 작업 환경, 사고 위험요인을 분석해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변화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높은 사고 비중을 고려한 조치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건설공사 사망자 643명 가운데 329명(51%)이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사망사고 원인도 추락이 53%, 협착이 44%를 차지해 대부분이 반복적인 현장 위험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이에 따라 스마트 에어백과 장비 협착 경보장치, 위험구역 접근 알림장비, 개구부 개폐 감지기 등 4종의 스마트 안전장비를 선정해 전국 46개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장비 지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시공사, 감리자 등을 대상으로 건설기술진흥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 교육과 사고 사례, 스마트 안전장비 활용법 등을 안내하는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 코칭도 병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지원사업이 단순한 장비 보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사 유형과 공종, 공사 단계, 과거 사고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현장별 적합한 장비를 선정하고, 설치 이후 사용자 교육과 운영 모니터링, 사후평가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장비 사용률과 정상 작동률, 경보 발생 횟수와 후속 조치, 위험행동 개선 효과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성과평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장비가 어떤 공사에서 가장 높은 예방 효과를 내는지 검증할 수 있어 향후 정책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이 맞춤형 지원과 안전관리 교육, 성과평가가 결합된 체계로 발전해야 중소 건설업체의 디지털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고 산업재해 예방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도 AI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경쟁
민간 건설사들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롯데건설은 최근 비접촉식 센서 전문기업 가디언웍스와 공동 개발한 '고소작업대 스마트 과상승 방지 시스템'을 건설현장에 도입했다. 작업대가 설정된 위험 높이를 넘어설 경우 자동으로 상승을 차단해 작업자 추락사고를 예방하는 장치다.
대우건설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건설현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공정 진행 상황과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BIM(건설정보모델링)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검증하는 등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신입사원 교육에도 AI와 스마트건설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AI 통역 시스템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확대와 민간 건설사의 디지털 안전관리 투자가 맞물리면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며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는 체계가 확산될 경우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감소에도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