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김노주] 견제(牽制),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

입력 2026-08-11 08:3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민주주의는 다수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견제해야 하는 제도이다. 역사는 견제 없는 권력이 비극으로 끝나는 수없이 많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권력의 축인 입법·행정·사법부는, 경찰과 검찰은 상호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이러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것 같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야당 협조 없이 주요 법안을 처리하고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지만 여당은 그렇지 못하고 야당은 계엄 후폭풍의 끝 모를 수렁 속에서 헤매고 있다. 정치인은 많지만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는 실종되고 없다.

최근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대통령 단임제 개헌도 국민적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실소(失笑)를 자아냈다. 장기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국회의장은 현 대통령을 위해서는 그러한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고 못을 박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입법부가 행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나쁜 인상만 남겼다.

사법부를 둘러싼 변화 역시 우려의 대상이다. 지난 3월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사법개혁 3법은 대법관 증원, 헌법소원 제도 및 법왜곡죄 신설을 포함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측은 국민의 권리 구제와 사법 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음을,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한 우려는 필자의 매일신문 '사법개혁 3법을 염려함'(2026.03.25.)에서 지적한 바 있다. 입법부에 이어 사법부도 행정부에 휘둘리는 듯하니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삼권분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검찰 개편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기능 중에서 수사권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그 기능이 분산됐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법률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청은 문을 닫게 됐다. 제도 개편의 목적이 권한 분산과 권력기관 개혁에 있다고 하지만, 강자의 부정은 묻히고 약자의 권익은 무시되는 부작용이 염려된다.

확대된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전문성, 내부 통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제 식구 봐주기와 수사 축소 및 왜곡이 재발할 수가 있다. 경찰 업무 과중으로 부실수사를 낳을 수도 있다. 경찰 수사에 미비점이 있을 때 공소청 검사는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기존처럼 검사가 직접 조사하거나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직접 보완수사권은 행사할 수가 없다. 검찰의 경험과 전문성은 무시하고 경찰에게 수사를 일임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고 싶다.

갈수록 태산인 것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슬쩍 집어넣은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 확대'이다. 재판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안에 '공소가 검사의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또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서 제기된 경우'를 추가로 명시했다. 기존 형사소송법 327조 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기각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법률로도 처리할 수 있고 필요시 검사를 법왜곡죄로 처벌까지 할 수 있음에도 기각 사유를 굳이 확대한 이유를 모르겠다.

글자 그대로 법(法)은 사회가 물(水)처럼 흘러가게(去) 돕는 장치이다. 좋은 법은 권력을 견제하고 약자와 빈자를 보호한다. 그런데 이번 일련의 법 개정은 권력과 부자를 옹호하고 약자와 빈자를 소홀히 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개정인지 묻게 된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한 175명의 의원들 귀에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의 보완수사권 유지 호소가 들리지 않는가?

사흘 뒤면 광복절이다. 광복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은 사건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세우는 출발점이다. 권력은 견제를 피할 것이 아니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