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우왕좌왕' 중수청…수사 공백 현실화에도 '친윤' 논쟁만?

입력 2026-10-04 14:37:12 수정 2026-10-04 15: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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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언 사회부 기자

신중언 사회부 기자
신중언 사회부 기자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리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식 출범했다.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수준의 개편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형사사법체계는 대전환을 맞았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과 불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정부·여당은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가 '누구 편'인지 가리는 데 열을 내고 있다.

지난 2일 신생 기관인 중수청은 초기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채 어수선한 상태로 문을 열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지방중수청 곳곳에서는 전산과 민원 시스템, 인력과 사무실 정비가 끝나지 않아 수기로 민원을 접수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대구중수청 역시 일부 층에서 공사가 이어졌고 사무공간도 정리가 덜 된 모습이었다. 전산시스템 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원과 민원인이 불편을 겪었다.

수사 인력 부족도 부실 수사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중수청은 출범 직전까지 검찰 인력을 추가 모집해야 할 정도로 실무 인력 확보에 애를 먹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검찰청 검사와 직원을 대상으로 2차 특례임용까지 진행했지만 정원의 30%가량을 채우지 못했다.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개문발차'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손볼 곳은 산더미인데 정작 중수청의 수장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는 출범 당일에야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 들어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7일 김 후보자를 제청했지만 여권 일각에서 이른바 '친윤 검사'라는 문제 제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사청문요청안은 20여일 뒤인 이달 2일 국회에 제출됐다.

인선 논쟁의 상당 부분은 김 후보자가 '친윤'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데 소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관련 사건의 재수사를 명령했다가 좌천된 점 등을 들며 "최소한 친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김 후보자를 두고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자"라며 반대 입장을 이어갔다. 권력형 범죄까지 수사해야 할 중수청의 수장을 두고 진영 논리만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논쟁은 출범 첫날 현장의 혼란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새 수사기관을 이끌 전문성과 독립성은 충분한지,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능력이 있는지, 중대범죄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 역시 이런 기준에서 들여다보면 된다. '친윤'이나 '반윤'이라는 꼬리표가 직무 수행 능력을 대신해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형사사법제도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데 있다. 새 체계의 평가는 사건 처리 속도가 떨어졌는지, 묻히는 사건은 없는지, 수사 공백이 발생했는지로 내려질 것이다. 검찰에 축적됐던 중대범죄 수사 경험이 기관 개편 과정에서 끊기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전산망과 사건 이관 체계를 안정시키는 것도 미룰 수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 중수청과 관련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은 초대 청장 후보자가 '누구 편이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느냐다. 정부와 여당은 수장 공백을 조속히 해소하고 출범 과정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이후 보완 입법과 제도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졸속으로 밀어붙인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의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