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서 생후 3일 신생아 숨져…의료진이 8시간 동안 270㎖ 과다 수유

입력 2026-08-02 16:51:19 수정 2026-08-02 1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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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병원 측에 5억여원 배상 명령

법원 자료 사진.
법원 자료 사진.

출생 사흘 만에 산부인과에서 숨진 신생아의 유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됐다. 법원은 병원 측에 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박정기 부장판사)는 숨진 신생아의 부모 등이 담당 의사 A씨와 산부인과 병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모 측 청구액인 5억4천여만원을 전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와 병원장이 해당 금액을 공동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병원과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 역시 5천만원을 한도로 배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했다.

신생아의 외할머니가 낸 청구는 일부만 받아들여져 배상액은 500만원으로 정해졌다.

신생아는 2024년 1월 16일 출생해 병원 신생아실에서 수유와 각종 검사를 받으며 지냈다.

병원 측은 출생 이틀 뒤인 18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약 8시간 동안 모두 6차례에 걸쳐 신생아에게 총 270㎖를 수유했다.

이후 오전 5시쯤 신생아는 온몸에 청색증이 나타나고 호흡이 멈춘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은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신생아는 이미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구급대가 응급처치를 진행하는 동안 담당 의사이자 당직 의사였던 A씨는 병원에 도착하지 않았다. 신생아는 약 2시간 뒤인 19일 오전 7시 숨졌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근거로, 과도한 수유로 인해 발생한 구토물이 기도를 막으면서 저산소증이 나타났고 의료진의 미흡한 응급조치까지 더해져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생아의 위 크기, 1회 권고 수유량 등을 비춰보면 짧은 간격으로 많은 수유가 시행됐다"며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위반한 채 편의에 따른 수유를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신생아에게 이상 증상이 발생한 뒤 병원이 보인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생아에게 청색증과 심정지가 발생했음에도 병원 측은 상태를 확인하고도 약 30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며 "의사만 할 수 있는 기관내삽관을 간호사가 시도하다 실패해 응급조치가 더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신생아 가이드라인인 3대 1 비율 대신 성인 방식인 2대 1 비율을 적용하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과다 수유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신생아의 사망 원인도 기도 폐색에 따른 질식이 아닌 영아돌연사 증후군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다 수유 과실과 구토물 흡입에 의한 기도 폐색성 질식사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이상 막연한 영아돌연사 증후군 가능성만으로 이를 뒤집을 수 없다"며 "설령 영아돌연사 증후군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신생아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료기록이 사후에 수정된 점과 병원 관계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던 점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병원 소속 간호사는 신생아가 숨진 다음 날 진료기록부에 적힌 '수유 잘함'이라는 내용을 '보채서 보충 수유함'으로 고쳤다. 병원 관계자들의 진술도 수사 단계와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상 책임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수사가 신생아 관리 실태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증거불충분으로 마무리됐다는 이유에서다.

병원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