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는 노동·안전·환경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메가특구에는 같은 종류의 규제를 앞장서 풀어주는 이중 잣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했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이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원청이 어느 범위까지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쟁의의 대상이 확대됐는데 그 기준을 놓고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느냐"며 정부에 기준 마련을 지시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정부가 별도 판단 기준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기업에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기업이 예방 비용을 단기간에 집중 지출하면서 연구개발·ESG 등 장기 투자를 줄이고, 특히 자금·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안전관리 비용이 신규 설비투자를 밀어내는 '구축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2018년 대비 53~61% 감축)도 무탄소 전력·감축 기술이 부족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는 생산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산업현장은 규제하며 성장에 발목을 잡은 정부가 반대로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에는 노동 규제를 대폭 유연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동부는 지난 27일 국회에 ▷소득 상위 3% 관리자·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상한을 없애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 2년 추가 연장 ▷특구 내 파견 허용 업무 확대 등을 보고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일 "민주당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52시간 예외를 '노동권 후퇴'라며 반대해 놓고, 자신들이 추진하는 메가특구에는 같은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라며 "메가특구 안에서는 되고 밖에서는 안 된다면 그 역시 또 다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 조항에 당시 민주당이 반대했던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산업계는 국내 반도체 공급망과 연구개발 생태계가 지역별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 메가특구에만 규제를 풀면 기업·연구인력 이동을 부추기고, 오랜 기간 구축한 전국 단위 공급망과 연구개발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기업이 제대로 경영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면서 자금만 증시로 유도해서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어렵다. 기업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자본시장도 기업 실적과 성장에 따라 움직이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