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과도한 사교육비 유발·대입 공정성 저해"
학원가 "기준 모호…구체적 가이드라인 나와야"
#대구 지역 고등학교 3학년 김모 양은 최근 한 대형 입시업체가 이달 온라인 합격예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해 혼란에 빠졌다. 수시모집을 앞두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 운영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신경 쓰지 않는 중위권 학생들이 믿을 만한 유일한 창구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
오는 29일부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시행되면서 입시업체들의 수시 합격예측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학생부는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의 성장, 학습 과정,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자료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80%에 달하는 만큼 학생부는 대학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사교육비 유발 막아야
교육부는 일부 입시업체들이 학생부를 구매한 후 대입 상담이나 컨설팅 서비스에 활용하면서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대입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지난 4월 관련 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생부를 취득해 영업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입시업체들이 영리 목적으로 학생부를 수집·가공해 대입 합격 예측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학생부는 교과(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서술형 항목)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말하는 학생부는 교과 담당 교사가 작성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진로 활동 등을 기록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등 비교과 활동이다.
주요 위반 사례로 컨설팅 업체가 학생부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강의 자료를 제작하고 유료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입시 업체가 법 시행 전에 수집·보유한 학생부 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에듀테크 기업이 학생부를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고 학생부 내용을 제안하는 유료 앱을 배포하는 경우 등이 제시됐다.
또 학생부 기재는 교사의 고유 권한으로 학생,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학생부 내용을 기록하는 행위도 학생 성적 관련 비위로 간주된다. 그동안 학생들이 사설 입시 컨설팅 내용을 바탕으로 한 학생부 기재 또는 수정 요구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
다만 학생이 직접 학생부를 출력해 학원에서 대면으로 상담을 받는 행위는 가능하다. 해당 학원이 학생부의 열람을 넘어 데이터로 가공하거나 다른 컨설팅에 활용하는 등 목적 외로 활용하는 경우 법 위반이 된다.
◆애매모호한 기준…우왕좌왕
입시업체들은 개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합격생들의 학생부 데이터를 활용해 제공해 온 수시 관련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거나 종료했다.
메가스터디는 "그동안 진행했던 학생부 기반 상담을 순차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가스터디가 무료로 운영해 온 학생부 기반 대입 수시 모의지원 서비스는 해마다 수만 명의 수험생이 이용하는 주요 입시 참고 서비스로 꼽혀왔다. 종로학원도 관련 법 개정에 따라 과거 학생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담하면 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유료로 수시 합격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웨이도 "29일 이후 일부 기능이 축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진학사는 그동안 운영해 오던 학생부 기반 수시 합격예측 서비스를 보류했다가 "교과 성적을 활용한 성적 산출과 모의지원, 일반적인 입시정보 제공 등은 제한되지 않는다"는 교육부 법령 해석에 따라 학생부교과전형 관련 서비스만 재개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우리가 제공하는 학생부 AI 분석 서비스는 기존 합격생들의 학생부를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서술형 항목이 담긴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서비스는 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모두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어디까지가 영업적 목적인지 보다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상로 학문당 입시연구소장은 "현재의 기준은 포괄적이고 모호해서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까지 불가능한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법이 시행된 후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 고소·고발이 난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성적 이외 내용은 모두 상업적 이용이라고 해서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학생이 자신의 학생부를 직접 출력해서 받는 대면 상담은 또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며 "교육부와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에 기준과 관련해 계속 질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