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유례 없이 거대 문화 조직이었던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이 마침내 4개 기관으로 분리된다.
23일 대구시가 발표한 민선9기 공공기관 조직 개편 계획에 따르면 시는 현재 8개 본부로 구성된 문예진흥원을 ▷대구문화재단(가칭) ▷대구공연재단(가칭) ▷관광재단(가칭) ▷대구미술관으로 재편한다.
현 문예진흥원은 대구문화재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문화예술 정책과 예술인을 중점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문화예술본부와 문화예술회관, 대구 시립 3개 박물관을 품고 정책과 현장을 아우르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하우스를 통합해 전국 최초의 공연전문재단을 출범한다. 시는 기관별로 분산돼있던 공연 전문 인력과 시설을 연계해 기획·제작·유통 역량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세계적인 공연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관광본부는 관광재단으로 별도 설립된다. 관광재단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의료·마이스(MICE)·스포츠 등 지역 전략산업과의 융복합 관광 활성화와 국내외 관광객 유치, 관광콘텐츠 개발 등을 전담한다. 특히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에 대비한 국제관광 수요 선점과 메디시티 대구의 강점을 활용한 의료관광 활성화, 대경권 광역관광 협력과 국내외 관광마케팅을 통해 대구 관광산업의 재도약을 견인할 전망이다.
대구미술관은 시 사업소 체제로 전환한다. 서울·부산·울산 등 대부분의 주요 광역자치단체가 시립미술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에 대구도 직영을 통해 소장품 관리와 학예연구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가 문예진흥원의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기존의 운영 방식이 각 기관 고유의 핵심 기능을 약화하고, 시민·예술인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연계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는 이번 조직 개편의 방향을 ▷예술인 지원 기능과 특화 기능의 분리를 통한 전문성 강화 ▷의사 결정의 신속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조직 수평화 ▷지역 예술 특수성과 인력의 순환 전보 범위 고려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은 문예진흥원에 대해 꾸준히 지적된 문제들을 다소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예진흥원은 중장기적으로 중복된 인력과 예산을 줄이겠다는 효율성을 목표로 2022년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옥상옥' 형태로 조직 유연성이 떨어지고 인건비도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취지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3월 착수한 조직진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데다 최근 원장과 선임직 이사 공모도 시작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조직 개편이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시도 용역이 마무리되는 9월 이후에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정됐다.
문예진흥원 소속 한 직원은 "그간 조직 개편 이후로 미뤄졌던 주요한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반갑다"면서도 "전문계약직 등은 벌써부터 임기 보장 등에 대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공연계 종사자는 "개편을 추진하기 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며 "원장 공모 중에 조직 개편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급하고 뜬금없이 추진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강정선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장은 "현실적으로 기존 체제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만큼, 4개 체제로라도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문화예술계 의견을 반영한 변화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앞으로 문화재단은 대구 예술인 지원과 지역 문화 발전에 집중하고, 공연전문재단은 국제적 수준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전문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뭉뚱그려졌던 역할들이 이번 개편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신규 재단법인 설립 전까지는 문예진흥원 직제규정을 개정해 개편 조직에 준하는 독립적 조직체계로 운영해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