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더불어근저당'이 통상적 거래?"…지지율 '폭락'이 대신 답했다[금주의 정치舌전]

입력 2026-07-25 0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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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은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주범입니다."-〈7월 21일 제 31회 국무회의에서〉

"내 돈은 없지만 대출받아 사자는 식의 투기 구조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똘똘한 한 채'라는 이름으로 투기할 기회를 주는 제도적 허점도 바로잡아야 합니다."-〈7월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취임 이후 줄곧 부동산 규제를 주창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 부부는 최근 분당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매금의 절반이 넘는 저당권을 설정했는데, 이것이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빗발친 것이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그간 과도한 규제에 억눌렸던 민심은 폭발하고 말았다. 국민의힘이 붙인 '더불어근저당' 딱지는 어느덧 정부를 넘어 여권을 집어삼켰다. 과격한 어휘까지 동원하며 개혁 의지를 다지던 이 대통령의 발언은 설득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부부의 저당권 설정이 '통상적인 거래 형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 인식 자체가 잘못된 두둔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된 평가다. 국민 눈높이에서 대통령은 법의 잣대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정책과 상식의 잣대도 넘어야 한다. 이를 증명하듯, 여러 잣대 사이 어딘가에서 넘어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논란 직후 7% 넘게 폭락했다.

◆"국민 대출은 규제, 대통령은 '셀프 대출'로 피해가나" 비판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가 공동 소유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 등기는 지난 16일 완료됐다. 여기에 매수인들이 이 대통령 부부를 채권자로 17억7천700만원(매매가의 61%)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지난 20일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결국 해당 아파트의 거래 형태는 사실상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들에게 대금 절반이 넘는 돈을 빌려준 상태에서 소유권을 넘긴 구조가 됐다.

청와대는 "등기상 내용은 매수자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것이 이달 말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마감을 앞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요컨대 매수인들이 이른바 '물딱지'를 면하고 재건축 관련 자격을 얻는 것과, 이 대통령 부부가 재건축 가치를 인정받는 가격에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매수인들은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한 상태로, 오는 10월 말까지 잔금을 치러 근저당을 해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물론, 일반 여론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부동산 거래 제한, 대출 금지·제한 등 시장에 각종 억제책을 풀어놓은 이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편법과 꼼수를 동원했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청와대는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 측에 별도의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유튜브 '팩트방앗간'에서 "통상 잔금 지급을 몇달 유예하면 액수가 커서 이자가 상당할텐데,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초빙교수는 "이 부분도 대통령이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잔금 유예기간이) 1~2년이 아니라 3~4개월 차이지 않나.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이자를 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추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지만, 이 같은 해명은 되레 증여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청와대는 "무이자에 따라 발생하는 증여세의 문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라며 매수인이 증여세를 납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추가 입장을 내야 했다.

◆"더불어근저당" "내로남불" 국민의힘, 부동산 '총공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민의힘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근저당 논란에 대해 "집권 여당의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더불어근저당으로 바꿔야할 판"이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중 이 대통령을 향해 "갭투자도 투기라고 몰아붙이면서 대출을 철저히 규제하더니 본인은 외상으로 집을 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피하는 꼼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이재명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제라도 집값 폭등과 전월세 대란의 주범인 비정상적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공급 확대 중심 대책으로 부동산 정책기조를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이재명식 '더불어근저당'이 고가 주택 매매의 '뉴노멀'이 될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남에 '매도자 대출'이 등장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강남 부자들 욕하더니 하는 짓은 딱 '강남 스타일'"이라며 "청와대는 통상적 방식이라고 주장하지만, 17억 7천만원이나 빌려줄 수 있는 집주인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있다고 통상적이라 하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은 대출 규제로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국세청이 두 달 전 발표한 세무조사 유형에는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 사인간 채무 과다자'가 포함돼 있다"며 "정확하게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기준으로 조사를 받은 국민이 두 달 동안 231명에 달하는데, (국세청은 이 대통령 사례를) 조사도 해보지 않고 정상 거래로 결론내렸다. 세무조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다"며 "알아서 긴 것이든, 외압에 의한 것이든 통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대통령 프리패스'"라고 맹폭했다.

아울러 "앞으로 '대통령도 했는데'라고 하면 국세청은 뭐라고 답할 것이냐"며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있다. 집 팔 때 대통령 컨설팅 좀 받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천만 서울시민에게도 천만 개의 사정이 있다"며 공세에 합류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 부부의 거래 형태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실패 증거'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의 거래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감사할 일인지도 모른다. 현행 부동산 규제가 시장을 얼마나 비정상으로 만들었는지 대통령께서 몸소 증명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조차 집 한 채를 팔기 위해 이런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장. 이보다 확실한 규제 실패의 증거가 어디 있겠나"라며 "대통령에게 필요했던 유연함이라면 국민에게는 훨씬 더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 잣대는 넘었어도 국민 상식 밑돌았다…중도층 부정여론도 '과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 입장에서 가장 뼈아팠던 점은 이 같은 보수진영의 비판이 일반 국민들의 문제의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론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여권 두둔보다 '꼼수' '특권의식' 등의 표현을 앞세운 야권 공세에 호응했다.

장 대표는 지난 24일 "일반 국민이었다면 이런 거래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민은 안 되지만 나는 된다'는 특권 의식과 내로남불이 부동산 정책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고 직격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에게는 은행 대출 문턱을 높여 놓고 대통령은 매수인에게 서액을 빌려주는 방식이 건전한 가계부채 관리이며, 부동산 정상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합법 여부를 떠나 국민이 정책의 정당성과 형평성을 납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은) 법의 잣대만 넘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정책의 잣대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심 이반의 기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가 직전 조사보다 7.8%포인트 하락한 40.8%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지난 23일 발표됐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56.5%로 긍정평가를 15.7%포인트 앞섰다. 부정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7.7%포인트 상승했는데, 조사기간은 근저당 논란이 처음 불거진 시기와 겹친다.

특히 연령별로도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웃돌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부정평가가 85.7%로 가장 높았다. 긍정평가는 11.5%에 불과했다. 중도층은 긍정 45.5%, 부정 51.9%의 양상을 보였다. 진보층은 긍정 68.0%, 부정 30.7%의 분포를 나타냈다.

(무선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