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늘어나는 온열질환자… 폭염은 재난이 됐다

입력 2026-08-14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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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 속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가 냉수를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도심 속 한 공사장에서 작업자가 냉수를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매일신문 DB.

두세 걸음만 내딛어도 땀은 줄줄, 기력은 쭉쭉 빠진다. 에어컨을 끄기가 무서운 더위가 찾아왔다.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단순 비유가 아니다. 작열하는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더위는 얼마나 더 심각해졌을까. 최근 3년 동안의 데이터로 살펴봤다.

◆ 늘어나는 폭염 피해

질병관리청이 매년 발표하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수는 증가 추세다. 2023년 2천818명이던 온열질환자는 2024년 3천704명, 2025년 4천460명으로 치솟았다. 매년 20~30%씩 늘어난 셈이다.

추정 사망자 수는 2024년에 소폭 증가했다. 2023년 사망자는 32명, 2024년 사망자는 34명이었다. 작년 추정 사망자는 29명으로 소폭 줄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통계를 보면, 온열질환 피해는 특정 계층과 환경에 집중됐다. 4천460명의 79.7%가 남성이었고, 50대가 19.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60대가 18.7%, 30대가 13.6%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이 부채질을 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이 부채질을 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특히 정오 이후에 환자가 집중됐다. 한낮의 복사열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대로, 야외 작업이나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간대다. 오후 3~4시에 4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오후 2~3시가 438명이었다. 오후 4~5시와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도 각각 400명가량 피해를 봤다.

온열질환자는 주로 야외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실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1천431명이었다. 또 논과 밭이 542명, 길가가 522명, 기타 실외가 44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직업군별로 살펴봤을 때, 단순 노무 종사자는 1천160명으로 전체 온열질환자의 26%였다. 무직자는 589명(13.2%)으로 그 뒤를 이었다. 외부 활동이 많은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도 348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 증가세 가파른 대구경북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경기도의 온열질환자는 978명으로, 전체 21.9%나 차지했다. 그 뒤를 경북(436명), 경남(382명)이 이었다. 특광역시의 경우 서울이 3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이 280명, 울산이 188명 순이었다.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가 늘어난 가운데 대구·경북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지역 모두 환자가 큰 폭으로 늘며 폭염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두 지역을 합친 경북권 전체 환자 수는 2024년 357명에서 2025년 576명으로 약 61.3%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인 20.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대구광역시의 환자 증가가 눈에 띈다. 2024년 67명이던 환자는 작년에 2배 이상 늘어, 총 14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열탈진을 호소한 이가 82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열사병 22명, 열경련 22명, 열실신 10명, 기타 4명 순이며 사망자는 없었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밭에서 파 모종을 심던 농민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밭에서 파 모종을 심던 농민이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 작년 사망자 4명

경북은 단순 환자 수로 전국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인구 대비 피해자 수도 많았다. 2025년 기준 경북의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수는 16.9명으로, 전남(21.4명)에 이어 울산과 함께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발생 빈도였다.

경북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작년에 4명이었다. 논과 밭에서 2명, 산에서 1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한 명은 주거지 주변 실외에서 사망했다.

여름은 해마다 찾아오지만 폭염의 강도는 예년과 같지 않다. 숫자는 더위가 얼마나 위험해졌는지, 또 누가 가장 먼저 그 피해를 떠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대구·경북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제 폭염은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예방하고 대비해야 할 재난이 됐다. 야외 작업자와 농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폭염 특보에 맞춘 작업시간 조정과 충분한 휴식 등 실질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