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현미경 나노 스캔 기술 접목 'Hyper-LiDAR'…농업·방산·로봇시장 공략
"피지컬 AI의 '눈' 국산화 도전, 대구경북에 생산 기반 구축해 글로벌 기업 도약"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로봇·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카메라 기반 비전 기술은 이미지의 차이를 분석해 물체와 거리를 추정하지만,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실제 거리를 직접 측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 라이다(LiDAR)는 레이저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사물의 거리와 형태를 3차원 정보로 구현한다. 로봇이 현실 공간에서 안전하게 움직이고 판단하려면 카메라를 보완할 더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눈'이 필요한 이유다.
대구 스타트업 '엘씨에이치피테크'(이하 LHPC테크)는 원자·나노 단위의 스캐닝 기술을 라이다에 접목해 피지컬 AI 시대의 새로운 눈을 만들고 있다. 박용대 LHPC테크 대표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수많은 공간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얻으려면 카메라 수준의 초고해상도 라이다가 필요하다"며 "진동이 심하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노 기술로 구현한 초고해상도 라이다
LHPC테크는 원자현미경에 활용되는 나노 스캔 기술과 하이브리드 광학 기술을 결합한 'Hyper-LiDAR'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여러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주변의 거리 정보를 수집하는데, 스캔의 정밀도와 범위가 제품 성능을 결정한다. 이에 회사는 원자현미경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초정밀 스캐너 설계와 진동·노이즈 제어 기술을 활용해 해상도와 내구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 제품의 한계로 꼽히는 수직 시야각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시중 라이다 가운데 상당수는 수직 방향의 스캔 범위 한정적이다. 도로 위를 주행하는 자동차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사람과 장애물, 바닥 상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해야 하는 로봇에는 부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하이브리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적용해 수직 시야각을 최대 60도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동에 강하다는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그는 "농기계나 군용 차량, 건설장비처럼 충격과 진동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라이다의 측정 정확도와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기계적·전기적 진동 차단 기술을 적용해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공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도로 표면의 작은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수직 분해능도 확보해 농업·방산·보안·로봇 분야에 특화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중국 등 해외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범용 라이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같은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초광각과 초고해상도, 높은 신뢰성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먼저 공략해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사내벤처에서 대구 스타트업으로
박 대표의 창업은 대학원 시절 연구한 원자현미경 기술에서 출발했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원자현미경을 직접 제작하고 나노 단위의 물질을 분석하면서 정밀 스캐너 설계 기술을 익혔다. 이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메모리반도체의 품질과 신뢰성 개선 업무를 맡으며 제품 개발과 공정, 품질관리, 조직 운영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우연한 계기에 전환점을 맞았다. SK하이닉스 사내벤처 공모에 원자현미경의 스캐닝 기술을 라이다에 적용하는 사업을 제안해 선발된 것.
박 대표는 "반도체 본업과는 거리가 있는 분야였지만 기술성과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법인을 설립하고 본사를 대구로 이전했다. 초기창업패키지와 프리팁스, 연구개발 팁스, 초격차 스타트업 지원사업 등에 잇따라 선정되며 기술 개발 기반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회사는 올해 Hyper-LiDAR 시제품을 공개하고 연구기관·로봇 플랫폼 기업과 성능 검증 및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에는 제품 고도화와 소형화를 추진하고 농업·방산·로봇 분야에서 실증사업을 확대한다. 또 초기 양산제품을 출시해 국내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대구의 로봇산업 생태계와 제조업 기반을 회사 성장의 발판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향후 생산 과정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구축하고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용대 대표는"대구는 로봇기업과 연구기관, 제조업체가 가까이 있어 기술을 실증하고 협업하기에 유리하다"며 "피지컬 AI에 필요한 초고해상도 라이다를 국산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