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형 피해 없길"…장윤기 자필 의견서, 유족은 피눈물

입력 2026-07-19 15:17:33 수정 2026-07-19 1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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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 앞두고 "엄마·아빠·형 피해 없길" 자필 제출…유족 측 "형량 낮추려는 전략"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로에서 귀가 중이던 여고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장씨의 신상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한 달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로에서 귀가 중이던 여고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장씨의 신상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한 달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신상공개 심의를 앞두고 경찰에 제출한 자필 의견서에 "엄마, 아빠, 형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은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자 A양(16)의 유족이 재판정 앞에서 사형을 촉구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장윤기가 자필로 걱정한 대상은 피해자 가족이 아닌 자신의 가족이었다.

장윤기는 5월 5일 오전 0시 1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귀가 중이던 A양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장에서 A양을 구하려 달려든 남고생(17)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장윤기는 신상공개 심의위원회에 자필 의견서를 한 장 제출했다. "범죄를 저질러 죄송하다"고 쓰면서도 A양 유족을 향한 사죄는 없었고, "신상이 공개되더라도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장윤기의 부친이 현직 경찰 간부(경감)인 사실을 고려하면 그 파장은 더 컸다.

7월 13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장윤기 측 국선변호인은 강간 등 살인을 포함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장윤기도 변호인 의견에 동의했다.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의 첫 인정이었다. 재판에 앞서 그는 법원에 반성문도 제출했다. 반성문에는 "뒷생각 없이 무책임한 생각으로 피해자를 해쳤다"고 적혔지만, 이날 공판에서 성범죄 목적 살인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문석 변호사는 재판 직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증거가 계속 나오고 주변인까지 수사가 확대되자 양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족도 이날 광주지방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수사조차 받지 않은 가해자가 그동안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을지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재판부에 간절히 호소했다.

수사 과정의 부실·은폐 의혹도 재판과 함께 불거졌다. 7월 1일 광주지방검찰청은 장윤기의 부친 장 모 경감이 거주지에 들어가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물을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친족의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151조 특례 조항에 따라 형사 입건에는 이르지 못했다. 담당 수사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8일 구속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0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는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며 "유가족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드리게 된 점을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 있는 관계자들을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엄벌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도 신설하기로 했다.

A양의 유족은 대중에게 '피해자 A양'이 아닌, 응급구조사를 꿈꾸던 17살 이채원으로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3차 공판은 27일 오전 열릴 예정이며, A양의 유족과 당시 흉기에 습격당했다가 살아남은 남고생, 장윤기 지인 등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