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거처 잃은 이재민, 물난리 덮쳐 또 피난민 신세 (종합)

입력 2026-07-19 18:26:15 수정 2026-07-19 19: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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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호우 피해 속출
폭우·토사에 휩쓸린 임시거처…잠자리 든 주민들 황급히 대피
"저지대 입지, 예견된 침수 위험"
'안동·의성' 경북 북부 피해 집중…대구도 주차장 잠기고 차 고립

19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1리에 설치된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앞에서 한 이재민이 폭우로 침수된 생필품 등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9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1리에 설치된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앞에서 한 이재민이 폭우로 침수된 생필품 등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9일 안동시 일직면 귀미1리에 설치된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여러채가 폭우에 떠밀려 인근 주택까지 내려와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거주 중이던 임시주택 10동이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토사에 휩쓸리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9일 안동시 일직면 귀미1리에 설치된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여러채가 폭우에 떠밀려 인근 주택까지 내려와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거주 중이던 임시주택 10동이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토사에 휩쓸리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후부터 19일 오전까지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80㎜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초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어 임시주택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은 이번에는 폭우로 거처마저 침수되는 이중고를 겪었다. 경북에서는 주민 420명이 긴급 대피했고, 대구에서도 도심 침수와 정전 등 피해가 잇따랐다.

◆산불 피해에 폭우까지 덮친 안동 귀미리

"산불 피해에다 물 피해까지 겪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19일 오후 찾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단지는 폭우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도로는 곳곳이 파였고 토사로 뒤덮였으며, 임시주택 주변에는 진흙과 물자국이 선명했다.

지난해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이번에는 거센 물살에 임시거처까지 위협받으며 또다시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애초 나란히 설치돼 있던 임시주택은 물살에 밀려 위치가 뒤틀렸다. 한 주택은 약 30m 떠밀려 인근 담벼락까지 밀려 올라갔고, 울타리도 무너졌다. 침수된 주택 내부에는 가재도구와 생활용품이 진흙 속에 뒤엉켜 있었다.

지난해 5월 이곳에 입주한 권모(74) 씨는 "자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창문을 열었더니 순식간에 물이 밀려들어왔다"며 "물이 차 문이 열리지 않아 아내와 함께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앞서 18일 오후 11시 28분쯤 귀미리 임시주택 11동이 침수되면서 소방당국이 주민 8명을 구조했다. 대부분 잠자리에 들었던 주민들로,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해 긴급히 대피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번 침수는 집중호우로 인근 교량이 나무 등 부유물에 막히면서 물이 도로를 넘어 범람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넘친 물은 하천 인근 저지대에 조성된 임시주택 단지를 덮쳤고, 강한 물살에 도로까지 파손됐다.

주민들은 임시주택 부지를 선정할 당시부터 침수 위험을 우려했다고 주장했다. 장마철마다 물이 고이는 저지대인데다 하천과 인접해 집중호우 때마다 위험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는 포클레인과 크레인 등 중장비가 투입돼 물살에 밀린 임시주택을 원위치시키고 토사를 걷어내는 복구 작업이 이어졌다. 전기와 수도 공급도 끊긴 상태여서 긴급 복구가 진행됐으며, 주민들은 다시 짐을 챙겨 마을회관 등 임시 대피시설로 몸을 옮겼다.

안동에서는 일직면과 남선면 등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4개 단지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420명 긴급 대피…도로 유실·주택 침수 잇따라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안동·의성·영주·예천 등 8개 시·군에서 321세대 420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 가운데 182명은 귀가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급류에 휩쓸리거나 침수된 주택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피해는 안동과 의성에 집중됐다.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마을 진입도로가 유실됐고 주민과 캠핑객 등 155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12동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안동에서는 안망천과 백일천이 범람하면서 일부 도로가 유실됐고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11동이 침수됐다. 급류에 휩쓸린 캠핑카 탑승자 2명이 구조됐으며, 구미에서도 침수된 주택에 고립된 주민 1명이 구조됐다.

영주와 예천, 울릉에서는 토사 유출과 낙석으로 일부 도로 통행이 제한됐고, 봉화에서는 나무 쓰러짐과 토사 유출 피해가 발생했다. 김천에서는 논콩 재배지 3㏊가 침수됐으며 농경지 피해는 계속 집계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누적 강수량은 안동 남선 211.0㎜, 봉화 물야 202.5㎜, 문경 동로 193.0㎜를 기록하는 등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20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다.

◆대구도 도심 침수·정전 피해

대구에서도 지난 17~18일 이어진 집중호우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수성구 지산동에는 시간당 89㎜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기상청이 올해 처음으로 '재난성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주택가 빌라와 원룸 주차장이 침수됐고 차량 고립 신고도 잇따랐다.

지난 18일 오후 11시 28분쯤 일직면 귀미리 임시주택 11동이 침수되면서 소방당국이 주민 8명을 구조했다. 잠자리에 들었던 주민들이 순식간에 불어난 물을 피해 급히 빠져나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강한 물살에 정자가 무너져 내렸다. 손병현 기자
지난 18일 오후 11시 28분쯤 일직면 귀미리 임시주택 11동이 침수되면서 소방당국이 주민 8명을 구조했다. 잠자리에 들었던 주민들이 순식간에 불어난 물을 피해 급히 빠져나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강한 물살에 정자가 무너져 내렸다. 손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