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성과급, 주주 승인 없인 안 된다"…삼성전자 소액주주 424명 국민연금 압박

입력 2026-07-17 21: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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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20일 국민연금에 주주서한 제출…임시주총 소집도 추진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반도체 부문 성과급 지급안을 주주총회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며 16일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뜻을 모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주주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의 7.9%를 보유한 주주다. 현재까지 20만7724주를 보유한 424명의 주주들이 서한에 서명했으며, 액트는 19일까지 추가 전자서명을 받아 20일 서한을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서한의 핵심은 삼성전자 노사가 체결한 '2026년 임금협약 및 성과급 잠정합의서'가 주주총회 절차 없이 시행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다.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 부문을 대상으로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향후 10년간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액트는 기존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성과급 재원이 사업 성과의 약 12%에 달하며, 올해 실적 기준으로 연간 최대 40조원이 주주총회 승인 없이 지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액트 측 추산에 따르면 DS부문 직원은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적용되며, 2026년~2028년은 DS부문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2029년~2035년은 100조원을 넘길 경우 지급하는 조건이 달려 있다.

액트가 국민연금을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은 주주가치 훼손을 막을 의무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가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액트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언급하며,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은 오롯이 주주의 몫이지만 임직원은 주가 등락과 무관하게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위험과 보상의 비대칭 구조가 600만 소액주주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성과급 지급에 대한 이사회 의결 의무화를 검토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액트는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백억원 규모의 이사 보수 한도도 주주총회 승인을 받는데, 수십조원의 성과급을 이사회 결정만으로 집행하는 것은 상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매년 수십조원을 10년간 꾸준하게 지급하는 막대한 규모의 이익 배분은 위험을 전적으로 감수하는 진짜 주인인 주주들의 엄격한 승인을 거쳐야 마땅하다"며 "임직원의 성과 보상 역시 투명하고 합법적인 주주총회 심판대 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자본시장의 상식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추진된다. 액트가 플랫폼에서 진행한 투표에서는 참여자의 99.7%가 임시주총 소집에 찬성했다. 주주명부가 확보되는 이달 말부터 지분을 많이 보유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임시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우편물을 발송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아직 이번 서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삼성전자 이사회가 성과급 지급을 비준·집행할 경우 소액주주 측의 소송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