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최동헌 사진가, 대구 첫 개인전 '셀레노그라피(Selenography)'

입력 2026-07-17 12:56:26 수정 2026-07-17 12: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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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며
시간의 흔적 담은 '달의 피부' 포착
7월 31일까지 갤러리 토마

최동헌 작.
최동헌 작.
최동헌 작.
최동헌 작.
최동헌 작.
최동헌 작.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최동헌 작가. 갤러리 토마 제공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최동헌 작가. 갤러리 토마 제공

2년 여 전, 퇴근 길 우연히 찍은 달 사진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초망원렌즈로 포착한 달의 표면은 어릴 적 콤플렉스였던 자신의 피부처럼 보였다. 자신을 닮은 존재, 달에서 시작된 관찰은 인간과 자연, 시간의 흔적으로 확장돼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생명에 대한 탐구와 경이가 담겨있다.

최동헌 작가의 대구 첫 사진전 '셀레노그라피(Selenography)'가 갤러리 토마에서 열리고 있다. 셀레노그라피는 달의 표면과 지형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월면학(月面學)이다.

"그야말로 달을 쫓아다녔어요. 매일 뜨는 시간이 다르고, 모양도 계속 변하거든요. 어떤 날은 새벽에 떠오르고, 어떤 날은 너무 희미해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죠. 달을 매일 만나기 이렇게 어려운지 미처 몰랐어요. 달의 스케줄을 파악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늘 같은 시간에 떠오르고 같은 자리를 지키는 해와 달리, 변화무쌍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달의 성격마저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변화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ENFP처럼.

지난해 월식을 보기 위해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기도 했다. LA공항에 내리자마자 데스밸리까지 6시간을 쉬지 않고 차를 몰았고, 마침내 월식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달빛이 모두 사라지고 붉은 실루엣만이 남은 그 순간, 바람이 완전히 멈췄습니다. 그렇게 진공 상태처럼 고요한, 끝없는 적막은 난생 처음이었어요. 여기가 지구인지 우주인지 분간되지 않을만큼요. 정말 강렬하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달은 탐구할 수록 흥미로운 존재였다. 달의 공전주기와 지구의 자전주기가 일치해서 영원히 우리는 달의 한쪽 면만 볼 수 있고, 지구에서 보는 달과 해는 크기가 거의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달보다 395배 더 크다는 것도.

'지구조(地球照)'도 마찬가지다. 반달이나 초승달의 어두운 부분에, 희미하게 둥그런 달 모양의 실루엣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는 "달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데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지구가 뿜어내는 빛이 달을 비추는 것이었다"며 "늘 달빛이 우리를 비춘다고 생각하지만, 달의 입장에서는 지구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내가 다른 사람을 비춰주기도 한다. 지구조 사진에는 서로가 서로의 빛이 돼주는 관계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토마 전시 전경. 갤러리토마 제공
갤러리토마 전시 전경. 갤러리토마 제공
갤러리토마 전시 전경. 갤러리토마 제공
갤러리토마 전시 전경. 갤러리토마 제공
갤러리토마 전시 전경. 갤러리토마 제공
갤러리토마 전시 전경. 갤러리토마 제공

스스로를 '달친자(달에 미친 자)'라고 하는 그의 본업은 성형외과 의사다. 낮에는 확대경으로 피부를 들여다보고 상처를 관찰하며, 밤에는 천체망원경으로 달의 표면을 살펴봤다.

그렇게 달에서 피부와 같은 흔적을 발견했던 그는 지구로도 눈을 돌렸다. 사람의 주름과 흉터를 닮은 나무 껍질, 피부 단면과 같은 바위의 층 등을 사진에 담았다.

"신경다발 같은 나무 뿌리나 정강이뼈 같은 바위도 있고, 암석을 뚫고 가지를 하늘로 뻗은 나무는 마치 단단한 두개골을 뚫고 나오는 신경과 겹쳐보입니다. 달부터 사람의 피부, 자연까지 모두 시간을 견뎌온 상처와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더라고요."

작가는 그간 찍은 작품들을 모아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인 사진 축제인 교토그라피의 공식 프로그램 북토크에 참여해 이 사진집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사람들이 작품 앞에 오래 머물고, 내 얘기를 듣고, 며칠을 유심히 보다 다시 돌아와 사진집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에 수많은 환자들을 대하고 병원을 운영하기에도 지칠 듯한데 어디에서 에너지가 나오는걸까. 그가 출간 준비 중인 에세이의 제목 '피곤하니까 떠나는 겁니다'에 그 힌트가 있다.

"많은 분들이 좀 쉬어라고 하지만, 저는 몸이 쉬는 것보다 마음이 살아나는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평일 내내 해처럼 규칙적으로 살지만, 주말에는 달처럼 사는거죠. 새벽에 눈 떠서 카메라를 챙겨나가고, 일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울릉도를 무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 변화가 있어야 다시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어요."

그가 최근 꽂힌 새로운 주제는 '이끼'다. 경북 영양에서 산불로 잿더미가 돼버린 현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끼는 척박한 땅을 다시 살아나게 하고, 다른 생명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회복시키는 존재"라며 "달로 상처와 흔적을 얘기했다면, 앞으로 이끼를 통해 회복의 얘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말미에는 샛노란 산수유꽃 속 빼꼼하게 고개를 내민 달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상징하는 달과 아주 짧은 순간 피어나고 지는 꽃. 40억년의 시간을 품은 달에 비하면 꽃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것이었다.

"달 앞에 인간의 삶 역시 찰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수록 우울해지기도 하죠. 달과 꽃을 한 화면에 담으나, 짧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활짝 피는 꽃의 아름다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관람객들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