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우스메이드
프리다 맥파든 지음/ 북플라자 펴냄
중세는 물론이고 근대 초기만 해도,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도 '강력한 여성 복수자'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황당무계한 언어도단이었다. 여성 복수자는 사회를 지배하는 가부장제와 순종적 돌봄이로 대변되는 여성의 성 역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개념이었다.
사적 복수가 금지된 시대. 그러나 법이 공정하지 않고 약자를 대변하지 않을 때, 기댈 곳은 사적 복수뿐이다. 사적 복수를 위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사적 복수의 대리자로 잃을 것 없는 범죄자나 조선족 등을 고용하는 건 이 때문. 그런 점에서 뇌 전문의 프리다 맥파든의 『하우스메이드』는 독특한 여성 복수극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미모의 아내와 사랑스런 딸과 함께 사는 젊은 갑부 앤드류 윈체스터. 친절하고 다정하고 완벽한 미소를 지닌 앤드류에 비해 여주인 니나는 변덕스럽고 괴팍하고 폭력적이다. 살인죄로 1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밀리가 윈체스터 저택에 입주가정부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니나가 정한 입주가정부 조건은 간명하다. "일단 예뻐야 했다. 무조건 나보다 예뻐야 했다. 그건 어렵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일부러 외모를 관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보다 어려야 했다. 앤디가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낳으려면 나보다는 어려야 했다."(303쪽) 대체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작가는 두 여성의 시점을 구분하고 장을 나눈 다음 플래시백으로 각각의 심리를 밀도 있게 묘사할 것이다.
공권력과 이웃은 정의와 진실에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억울함을 풀고 진상을 밝히며 복수하는 건 대개 피해자의 몫이다. 심지어 여성인 피해자의 복수는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여성주인공(남성 가해자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이미지로 전락한)이 성공리에 복수를 마치고 행복한 미래까지 계획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 복수하는 여성이 법의 심판을 받거나, 경찰 총에 죽거나, 자살하거나 등의 비극으로 치닫는 건 이 때문이다.
기괴하고 변태적인 인물의 추락을 보며 새삼 확인하는 사실 하나. 공적 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힘없는 자의 선택은 법 밖으로 가해자를 퇴출하는 것뿐, 즉 죽음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남성이 존경하고 여성이 흠모하는 지역사회 명망가를 무슨 수로 법정에 세울 수 있겠냐는 말이다. "내 말을 믿어줄 경찰과 이웃은 없어"라는 니나의 하소연은 재력과 권력을 가졌고 법적 처벌에서(법 덕분에) 자유로운 가해자가 활보하는 현실 세상에 대한 은유이다.
킬링타임용 영화가 있다면 책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자투리 시간을 내어 읽는 책들. 예컨대 추리, 탐정, 하드보일드 유의(특정 장르를 폄훼하려는 의도 없다.) 소설이며 가벼운 에세이들. 나는 그중에서도 1차원적 캐릭터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건에만 집중하면서 만사형통인 이야기를 쓰는 작가, 작가의 손끝만 따라가면 다 알 수가 있는 이야기, 영화로 치면 롱테이크로 끌고 가는 작품을 좋아한다. 『하우스메이드』가 딱 그렇다. 단조롭고 단순한 플롯으로 시작하지만, 인물 내면을 각자의 파트로 장을 분할하면서 처절한 복수 끝에 찾아온 달콤한 해피엔딩을 맛보게 하는 건 또 다른 쾌감이다. 무더위에 읽는 심리스릴러라니, 이만한 호사도 없을 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