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과 세수로 나랏빚부터 갚는 게 후대를 위한 진정한 미래 대응

입력 2026-07-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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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세수 호황에 힘입어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플러스 알파(+α)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두 자릿수 증가율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미 고물가와 부동산 가격 불안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이처럼 천문학적인 재정을 시장에 쏟아붓는 확장 재정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의 임계점(臨界點)을 넘기는 기폭제가 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하며 국민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고통이 심각한 지경이다. 여기에 지자체의 전시성 사업, 역대급 경상흑자까지 맞물려 시중의 유동성은 과잉 상태다. 이런 시점에 정부까지 가세해 역대급 확장 재정을 펼친다면 물가 자극과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 반도체 사이클에만 나라 살림을 맡기는 계획 역시 무모(無謀)하다. 반도체 호황이 꺾이면 비대해진 지출 구조는 고스란히 국가채무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기획예산처의 '재정 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천345조 2천억원으로, 불과 1년 새 127조 4천억원(10.4%)이나 급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향후 5년간 한국의 부채비율이 연평균 3%씩 상승해 비기축통화국 중 두 번째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생산 인구 감소로 중장기 세수 전망은 어둡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는 지금 같은 호황기야말로 나랏빚을 미리 갚을 골든타임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초과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소진하기보다 재정 안전판을 두텁게 하는 신중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법정 최저 기준인 30%만 겨우 맞춰 국채를 상환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의무상환비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후세와 다음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가장 확실한 미래 대비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