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이용호] '정치 과잉'은 절제되어야

입력 2026-07-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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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경제발전과 물질적 풍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이익을 우선시한 선배 세대의 피땀과 노력 덕분이다. '잘사는 조국'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열망처럼, 현재의 풍요와 긍지가 미래 세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잘사는 나라'가 되기만 하면,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질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웬걸,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정신적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다 보니, 걱정은 오히려 늘고 있다. 특히 근년에 두드러지는, 정치가 비정치적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정치 과잉'은 새로운 걱정거리이다. 정치가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대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해, "차별의 고통과 설움을 견뎌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 국민적 보상으로 생각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투자의 입지 선정은 경제적 원리에 따른 결정이며, 억압 또는 강요는 아니며, 좋게 말하면 '유도', 좀 심하게 말하면 '유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이 투자 결정이 정치 논리에 기초하였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경제에 정치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내지 안보 전문가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있다. 안보에 정치 논리가 투영된 것이다.

배재고 야구부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응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한 것으로 비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정치권이 문제를 확대하고 있는데, 특히 지역 정치인의 꼴사나운 훈수는 당혹스럽다. 이미 교육감 선거가 정치의 장으로 변모된 지도 오래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스포츠 정신의 이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등 교육이 담당해야 할 영역에 정치가 끼어든 것이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관련한 파장도 그렇다. 지난달 28일 이 대통령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되자,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라는 글을 공유하였다. 정치권도 이 사태와 관련하여 국회 청문회를 통해 전반적 의문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고발 조치니, 연봉 회수니 하는 주장은 지나치다. 대중의 분노에 편승해 축구 관련 문제에 정치가 가세한 것이다.

이러한 '정치 과잉'이 잦아지면 국가경쟁력의 추락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요즈음 흥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참교육'이라는 드라마에서의 통쾌한 해결처럼, 모든 문제가 도깨비방망이처럼 일격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경제 논리로, 안보는 안보 논리로, 교육은 교육 논리로 접근해야 경제도, 안보도, 교육도 최상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비록 정치가 국정 전반과 연관된다고 하더라도 정치는 절제되어야 하며, 책임 정치라는 울타리 내에서 기능해야 한다. 마치 정치가 만능 키(key)라도 되는 것처럼 부풀려져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그 관여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를 사류(四流)라고 한다. 경쟁력이 없고, 대안도 없으며, 자기 이익에만 골몰하며 싸움질만 하는 정치, 이제 더 이상 사류 정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류 정치에 대해 '노'(No)라고 행동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