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목표가 185만~420만 원…증권사별 눈높이 '극과 극'
BNK證, 업계 최저 185만 제시…사실상 매도 가까운 의견
60만전자 vs 39만전자…삼성전자도 증권사별 전망 엇갈려
AI 투자 사이클 판단 차이…이달 말 빅테크 실적 분수령
코스피가 7000선을 내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도 큰 폭으로 조정받았지만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반면, 다른 증권사는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둔화를 이유로 사실상 '매도'에 가까운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전망에 대한 판단 차이가 목표주가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최저 185만 원에서 최고 420만 원까지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BNK투자증권이다.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85만 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사실상 '매도'에 가까운 시각으로 받아들여진다.
BNK투자증권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AI 서버 투자 증가세가 완만해질 경우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업황도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BNK투자증권은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eSSD)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이를 이끌었던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기조는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메타가 자체 AI 인프라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향후 남는 연산 자원이 외부 시장에 공급될 경우 AI 데이터센터 과잉투자 논란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가격 상승과 차세대 AI 모델 등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으로 중장기 공급 과잉 위험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최근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해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00만 원 안팎으로 제시하며 강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HBM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들의 차세대 제품 출시와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HBM 수요 역시 장기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과 기업가치도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에이전트는 메모리 수요를 3배, 자율주행은 5배, 로보틱스는 10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추가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엇갈린다.
D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36만 원 수준으로 제시한 반면, 낙관적인 증권사는 60만 원 안팎까지 제시하며 20만 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목표주가뿐 아니라 실적 전망도 크게 엇갈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 전망은 증권사별로 최대 200조 원 가까운 차이를 나타냈다. 영업이익 전망 역시 HBM 경쟁력 회복 시점과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 속도에 대한 판단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274조 원, 내년은 185조 원으로 전망했다. 반면 KB증권은 올해 290조 원, 내년 468조 원으로 예상했으며, 삼성증권은 올해 259조 원, 내년 420조 원을 제시했다. 특히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증권사별로 큰 격차를 보이며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도 증권사별 전망 차이가 뚜렷하다. 흥미로운 점은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DB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416조 원, 내년은 631조 원으로 가장 높게 전망했다. 반면 목표가 60만 원을 제시한 KB증권은 각각 381조 원과 574조 원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결국 AI 투자 사이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낙관론자들은 AI가 이제 초기 투자 단계를 지나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국면인 만큼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인프라 확대가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HBM과 첨단 메모리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AI 투자 확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나 빅테크의 투자 효율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고, 이는 메모리 업황과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종목을 두고 증권가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흐름이 향후 주가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의 향후 업황 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7월 말에 있을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와 AI 투자 관련 코멘트가 중요하다"라며 "빅테크들의 강한 AI 투자 의지와 긍정적 코멘트가 확인될 경우 주가 흐름과 외국인 수급은 재차 개선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