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감소·800선 붕괴…투자심리 얼어붙어
코스닥150 ETF 1조5000억원 순유출…반도체로 자금 쏠림
세그먼트 도입 등 활성화 추진…실제 자금 유입은 과제
개장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거래는 줄고 자금은 빠져나가는 등 시장의 온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800선마저 내주며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월간 거래대금은 지난 4월 309조7470억원에서 5월 280조1905억원, 6월 210조2711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거래대금은 65조5370억원에 그쳤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7월 거래대금도 지난달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수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은 지난 8일과 9일 각각 785.00, 794.00으로 800선을 밑돈 데 이어 13일에도 799.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 가운데 3거래일을 800선 아래에서 마감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보여줬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쏠리면서 그 외 종목들의 거래대금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모든 종목이 함께 상승하는 장세가 아닌 만큼 특정 종목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면 다른 종목의 거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을 추종하는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KODEX 코스닥150'에서 1조114억원이 빠져나갔고 'TIGER 코스닥150'에서도 4631억원이 순유출됐다. 'RISE 코스닥150'과 'ACE 코스닥150'에서도 각각 620억원, 516억원이 빠져나가면서 대표 상품 4종에서만 총 1조5881억원이 순유출됐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는 거래가 집중되며 코스닥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지난주까지 집계된 이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인버스 제외)의 거래대금은 80조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의 37%를 웃도는 규모다.
지난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누적 거래대금은 361조4903억원에 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 내 자금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집중되면서 코스닥 거래가 감소한 시기와 맞물려 증시 내 자금 이동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자금 집중 현상이 코스닥 거래 위축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3월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과 상장·상장폐지 제도 개편 등을 골자로 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후속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우량 기술기업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을 신설하고 기관·외국인 자금 유입을 확대해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폐지 기준도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올해 코스닥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은 150억원으로 상향됐으며 2027년에는 200억원, 2028년에는 300억원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우량기업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실제 시장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점진적으로 시장에 스며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은 기술기업 비중이 높은 시장인 만큼 기업과 산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리서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리서치는 성장기업을 발굴하고 기관투자가와 시장에 기업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만큼 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세그먼트 도입 자체보다 프리미엄 지수와 연계된 ETF, 연기금 자금 유입 등 실제 자금 이동으로 이어지는 정책"이라며 "실질적인 수급 변화가 나타날 때 코스닥 시장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가 급등세를 이어가기보다 변동성이 완화되는 국면에 접어들면 코스닥을 비롯한 다른 업종으로도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