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주일간 11% 하락…심리적 지지선 7000선도 내줘
삼성전자·하이닉스 조정에 금융·통신 등 방어주 매력 부각
2분기 실적 시즌 분수령…비반도체 순환매 확산 기대감↑
코스피가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 고점 우려가 겹치며 심리적 지지선인 7000선마저 내줬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주춤하자 투자자들의 자금은 금융·통신 등 방어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최근 1주일(3~13일)간 11% 하락했다. 지난달 19일 장중 기록한 고점 9385.59 대비로는 27.47%나 빠졌으며 전날인 13일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7000선마저 깨졌다. 코스닥 지수도 이 기간 7.77%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 홀로 순매수세를 보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은 11조원을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6조원을, 기관은 5조원어치씩 팔아치웠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4억주, 27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주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면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란은 지난 6~7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을 공격했고 미국은 7~8일 공습으로 대응했다.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를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란 항구와 연안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 재개 방침을 밝히며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9.6% 급등한 배럴당 83.30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도 9.4% 오른 배럴당 78.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폭도 키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조이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주말 간 미-이란 군사적 충돌이 이어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봉쇄 재개 예고에 유가 변동성이 확대됐으며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박 선적 화물의 20%를 통행료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유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 우려가 재차 확대됐고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근원 인플레가 높다면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둘러싼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도 지수에 하방 압력을 더했다. 브로드컴의 실적 부진과 메타의 AI(인공지능) 클라우드 사업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CAPEX)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는 고점론도 확산했다.
실제 'KRX K-AI 반도체Top2+' 지수는 1주일 동안 19.05% 하락하며 39개 테마형 지수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1.01%, 15.64% 급락했다. 이밖에 ▲주성엔지니어링(-19.78%) ▲심텍(-13.31%) ▲유진테크(-12.66%) ▲티씨케이(-8.57%) ▲파두(-7.11%) 등 주요 반도체주 전반이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가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주 급락은 국내 투자 심리 위축과 수급 불안, 레버리지 ETF 거래가 맞물리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주요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 보다는 AI 산업 서사에 대한 의구심,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되돌림,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수급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삼전닉스의 독주가 멈추고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자 방어주 성격을 띠는 금융주와 통신주들에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KRX 은행' 지수는 7.61% 상승했고 ▲KRX 300 금융(4.66%) ▲KRX 증권(1.77%) ▲KRX 보험(1.36%) ▲KRX 방송통신(1.3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수만 40개 산업지수 중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주요 금융주 가운데, KB금융이 12.85% 상승하며 오름폭이 가장 컸고 ▲JB금융지주(9.80%) ▲하나금융지주(9.77%) ▲DB손해보험(9.35%) ▲메리츠금융지주(9.24%) ▲코리안리(7.73%)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KRX 통신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는 케이아이엔엑스가 17.87% 올랐고 LG유플러스도 1.32% 상승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95%, 1.95% 내렸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주들의 강세는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금리 수혜주로 은행주가 부각된 것"이라며 "올해 들어 급등한 반도체주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배당주·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신 업종은 증시 차익실현 상황 속 사각지대 업종으로 작용하며 상승했다"며 "정부의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발맞춰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시작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2분기 실적 시즌이 반도체에 쏠렸던 증시의 무게중심을 비반도체 업종으로 분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시장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반적인 실적 기대치를 낮춘 상태다. 다만, 이 같은 눈높이 조정으로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커진 데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조선·방산·기계 등 수출주 전반에서도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면서 이익 모멘텀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2분기 수출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14.1%로 확대된 점은 비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반도체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적이 뒷받침되는 비반도체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추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시장이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비반도체 업종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확인될 경우 금융·산업재·수출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이어지며 증시의 반등 동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