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경마공원 개장 앞두고 '특급 수송작전' 펼쳐진다

입력 2026-07-10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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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8·25일 열리는 모의경주 앞두고 부산경남서 최고급 경주마 영천 이동
3억3천만원 전용 수송차량, 수의사·장제사 동행…'2분 승부' 위한 과학적 관리

오는 9월 정식 개장하는 영천경마공원 조감도. 매일신문DB
오는 9월 정식 개장하는 영천경마공원 조감도. 매일신문DB

고속도로를 달리는 13.5톤(t)의 마필 수송차량 한대가 시속 90㎞ 안팎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급가속도, 급제동도 없다. 운전자는 작은 충격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동행 차량들은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안전 운행을 돕는다.

대통령 경호 차량을 연상시키는 이 긴장감 넘치는 행렬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경주마'다.

영천경마공원에서 이달 18일과 25일 열리는 실전형 모의경주를 앞두고 부산경남에서 훈련중인 경주마들이 영천으로 대거 이동한다. 한국마사회 제공
영천경마공원에서 이달 18일과 25일 열리는 실전형 모의경주를 앞두고 부산경남에서 훈련중인 경주마들이 영천으로 대거 이동한다. 한국마사회 제공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영천 온다

한국마사회가 오는 9월 개장을 앞둔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최고급 경주마 특별 수송에 나선다.

이달 18일과 25일 영천경마공원에서 열리는 실전형 모의경주를 앞두고 부산경남에서 훈련중인 경주마들이 경북 영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불과 1시간30분 남짓의 이동이지만 준비 과정은 국제 스포츠 선수단의 원정 못지않게 치밀하다.

경주마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혈통과 성장 가능성, 경주 성적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고부가가치 자산이다.

국내 경주마 평균 거래가는 4천만원 수준이지만 우수 혈통의 2세 경주마는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일부 최고급 경주마는 수 억원대 가치를 인정받는다.

벌어들이는 상금도 막대하다. 국내 경마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배 3연패를 달성한 명마 '당대불패'는 현역 시절 30억원의 누적 상금을 기록했다.

또 '위너스맨'은 49억원, '트리플나인'은 42억원이 넘는 상금을 획득하며 국내 경마의 새 역사를 썼다. 경마계에서 우수한 경주마를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부르는 이유다.

여기에 연간 관리비만 4천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영양 관리와 전문 훈련비까지 더하면 유지 비용은 억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이동 중 작은 부상 하나가 수 십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수송 과정은 사실상 또 하나의 경기다.

차량 한대 가격만 3억3천만원에 달하는 마필 전용 수송차량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차량 한대 가격만 3억3천만원에 달하는 마필 전용 수송차량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3억원대 최신식 전용 수송차량 투입

이에 따라 마사회는 국제경마연맹(IFHA) 권고 기준을 반영한 최신식 마필 전용 수송차량 13대를 투입한다. 차량 한대 가격만 3억3천만원에 달한다.

내부는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무진동 구조와 충격 흡수 마감재를 적용했고 방음 설비와 냉난방 및 환기 시스템을 갖춰 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체격에 맞춰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칸막이를 설치해 주행 중 몸이 쏠리는 현상을 줄였으며 최대 6마리의 경주마가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이동한다.

차량 내부는 CCTV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실시간 관리되고 수의사와 수송위원, 조교사, 관리사들이 이동 전 과정을 함께 점검한다.

이번 영천경마공원 운영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권역형 순회경마' 시스템이다. 경주마가 평소에는 부산이나 제주 등 기존 경마장에서 훈련하다가 경주 당일 영천으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고 다시 복귀하는 방식이다.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말들에게는 수송 과정 자체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수송 준비는 출발 3~4일 전부터 시작된다. 매일 체온과 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정상 체온을 벗어나거나 콧물 등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수송 대상에서 제외한다.

차량 적응 훈련도 반복 실시한다. 이동 중에는 장운동 저하와 산통 예방을 위해 곡물 사료 급여를 제한하고 한여름 폭염에 대비해 환기 장치와 실내 온도도 지속 관리한다.

영천경마공원 도착 즉시 수의사와 장제사가 투입돼 경주마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한국마사회 제공
영천경마공원 도착 즉시 수의사와 장제사가 투입돼 경주마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한국마사회 제공

◆'방심 불가' 수의사·장제사 긴급 투입

영천경마공원에 도착한 뒤에도 긴장은 끝나지 않는다. 차량 문이 열리자마자 수의사와 장제사가 투입돼 심박수와 호흡, 장운동 상태를 확인하고 발굽과 편자의 이상 여부를 꼼꼼히 살핀다.

이후 가벼운 보행 운동으로 굳은 근육을 풀고 체중과 컨디션 변화를 최소 2~3일 동안 집중 관리한다. 단 2분 남짓 펼쳐지는 경주의 승부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십여 시간에 걸친 과학적 건강 관리와 정교한 수송 시스템이 가동되는 셈이다.

마사회는 이번 모의경주를 통해 확보한 수송 및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는 9월 영천경마공원 개장과 함께 안정적 순회경마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영천이 국내에서 새로운 경마 거점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경주로 위에서의 화려한 질주 이면에는 한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특급 수송작전이 자리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단순히 동물을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급 스포츠 선수를 돌보는 고도의 과학적 과정"이라며 "이번 모의경주 수송작전을 통해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천경마공원 정식 개장시 완벽한 순회경마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